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2주째 이어지면서 중동이 다시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섰다. 전쟁은 아직 제한적 충돌 단계지만 파장은 이미 국제 정치와 세계 경제로 번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금융시장 역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언제나 세계적인 사건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동은 오래전부터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려 왔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에너지와 지정학, 종교와 역사, 강대국의 전략이 모두 이 지역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역시 석유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중심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모두 이 지역에 위치해 있다. 특히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세계 석유 액체연료 소비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좁은 해협 하나가 흔들리면 국제 유가와 해상 운송, 물류비와 인플레이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중동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해 왔다. 1973년 중동전쟁 당시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경제는 ‘오일쇼크’를 겪었다. 유가는 몇 배로 뛰었고 세계 경제는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Abqaiq) 석유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사건도 비슷한 충격을 보여줬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가 차질을 빚었다.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했다. 드론 공격 하나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든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중동을 단지 ‘석유의 땅’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이 지역의 갈등은 에너지 못지않게 역사와 정치, 종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미·이란 대립을 이해하려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란에서는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됐다. 이어 같은 해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이란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적대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혁명 이후 중동에서 독자적인 정치 노선을 추구해 왔다.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에 도전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 이라크의 친이란 성향 무장세력, 예멘의 후티 반군 등과의 관계는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이란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중동 전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이는 군사적 확장이라기보다 정치적·전략적 억지망에 가깝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일부 아랍 국가들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중동 질서의 불안 요인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중동의 갈등은 단순한 국가 간 충돌이 아니다. 여러 국가와 무장 조직, 강대국의 전략이 얽힌 복합적인 구조다. 그래서 중동에서 발생하는 전쟁은 종종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중동이 세계 정치의 중심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이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역사적으로도 중동은 무역과 교통의 중심지였다. 현대 국제 정치에서도 이러한 위치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역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했고 중국은 중동 국가들과 에너지와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정치의 핵심 무대가 되는 이유다.
이번 미·이란 충돌 역시 이러한 큰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단순한 보복전이나 국지 충돌로만 보면 사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중동의 갈등은 언제나 에너지와 경제, 군사와 외교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인 사건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충돌이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긴장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언제든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중동은 여전히 세계 정치의 화약고다. 그리고 그 불길은 언제든 국경 밖으로 번질 수 있다.
세계가 중동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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