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초고령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노사정을 넘어 전 국민과 모든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1기의 핵심 의제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를 제시하며 국민 참여형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적절한 문제 제기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바로 인구다. 저출생과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노동시장과 경제 구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을 좌우할 구조적 과제다.
한국의 인구 변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른 편이다. 합계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 국면에 들어섰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변화는 곧바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청년층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일자리는 줄어들고 새로운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현상도 나타난다.
결국 노동시장은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일자리 부족, 일자리 단절, 그리고 일자리 양극화다.
청년층은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중장년층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에서 밀려난다.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다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구 문제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 의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인구 구조 변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국가들은 이미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시도해 왔다.
또 덴마크는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모델을 통해 고용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했다. 기업은 비교적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고 노동자는 실업 상태에서도 재교육과 사회보장을 통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초고령 사회 대응에서도 참고할 사례는 적지 않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 확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제도 등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 참여를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스웨덴은 평생교육 체계를 강화해 노동자가 산업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직업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는 고용 모델은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재교육과 직업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는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의 안정적 일자리와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불안정 일자리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구조에서는 노동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은 몇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생 직업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직업 교육은 학교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둘째, 고령자의 노동 참여 확대다. 정년 제도 개선과 고령 친화형 일자리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청년 일자리 구조 개선이다. 청년이 신산업과 다양한 산업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를 유연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사노위의 역할은 중요하다.
김지형 위원장이 제시한 ‘사회적 대화 2.0’은 국민 참여형 공론화를 통해 노동의 미래를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노사정 중심의 협의 구조를 넘어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인구 구조 변화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의 문제이기도 하고, 중장년의 문제이기도 하며, 고령 사회 전체의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인구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구조적 변화다.
경사노위가 이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출발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논의의 깊이와 실행력이다. 사회적 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갈등을 키우는 논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합의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사회적 대화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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