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중동 7개국 주요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3단계 ‘출국권고’로 격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대상 국가는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오만·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이다. 특히 기존에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져 있던 바레인·UAE·오만·카타르·쿠웨이트 등 5개국은 전역의 경보 단계가 3단계로 상향됐다.
여행경보 3단계는 외교부가 발령하는 여행경보 가운데 ‘출국권고’ 단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내려진다. 외교부가 “해당 지역 방문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고 밝히고, 현지 체류 국민에게도 긴급한 용무가 없다면 철수를 권고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최근 중동 정세는 빠르게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인근과 주요 에너지 시설, 군사 거점은 충돌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외교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 아람코 정유시설과 샤이바 유전지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주변을 여행경보 3단계 대상에 포함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지역이자 한국 기업과 교민의 활동이 활발한 경제 거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는 건설·플랜트 분야를 중심으로 상당수 한국 기업 인력이 체류하고 있으며,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에서도 에너지와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단순한 여행 문제가 아니라 교민 안전과 경제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다. 정부는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교민 안전 점검과 비상 연락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긴급 철수 지원이나 수송 대책도 즉각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과거 레바논 분쟁이나 리비아 내전 당시처럼 군 수송기나 전세기 투입 등 다양한 대응 방안도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국민의 협조 역시 중요하다. 여행경보는 단순한 행정 안내가 아니라 국가가 보내는 안전 신호다. 특히 출국권고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방문을 자제하고, 현지 체류자는 정부의 안전 지침을 따르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다. 위험 지역에서의 무리한 체류나 여행은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정부의 대응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국가의 기본 책무는 더욱 분명해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 여행경보 격상은 그런 점에서 필요한 조치다. 정부는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며 교민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하고, 국민 역시 경보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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