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에 하메네이 차남…세습 논란 속 '항전' 강경노선 이어갈듯

  • 혁명수비대와 밀착한 후계자 선출…전쟁 속 체제 결속 노려

  • 세습·종교적 자격 비판 '꼬리표'…정통성 논쟁 불가피

  • "아들 후계자 말라" 유언에도…군부 영향 속 권력 승계

이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AFP연합뉴스
이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AF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8일(현지시간) 선출되면서 체제 정통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전쟁 속 결속을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세습'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강경 노선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 작업을 진행한 전문가회의는 이날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임시 회의에서 존경하는 전문가회의 대표들의 결정적인 투표를 바탕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성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지도자로 선출 및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신정체제(벨라야테 파키, 이슬람법학자에 의한 신정통치)가 팔레비 세습왕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 속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계는 '세습'이라는 모순을 감수할 만큼 이란이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폭사한 뒤 전쟁의 구심점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됐다. 모즈타바는 지난 20년간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쇠한 성직자보다 최고지도자 자리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전문가회의 내부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에 물밑에서 모즈타바 선출을 압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군부 입장에서도 자신들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 권력자가 되는 편이 전시뿐 아니라 전후에도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적에 의해 순교'했다고 규정하면서 세습 논란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순교자의 아들이 최고지도자로서 대미 항전을 이끈다는 상징성이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등 보수 강경파의 결속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처럼 임명 과정에 내가 직접 관여해야 한다"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란에 화합과 평화를 가져다줄 인물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란이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즈타바 체제의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습’이라는 꼬리표는 그의 통치 기간 내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내부에서는 이번 상황을 이란의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 역사 속의 순교 서사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7세기 수니파 세습 왕정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이맘 후세인의 이야기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맘 후세인은 지도자 선출 권한을 공동체가 아닌 사적 승계로 전락시킨 우마이야 왕조의 야즈드 1세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혁명 세력도 '야즈드와 같은 팔레비 왕조에 맞서 이맘 후세인처럼 싸운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시아파는 종교 지도자의 혈통 계승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는 정치 권력의 세습이 아니라 영적 가문의 연속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최고지도자 선출이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하메네이 가문의 2대에 걸친 통치로 이란 체제의 핵심 가치인 ‘공화국’ 이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89년 1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망 당시에도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세습이 체제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교적 자격 문제도 논쟁거리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높은 학식과 신앙을 갖춘 이슬람 법학자에 의한 통치를 원칙으로 한다.

아버지 하메네이 역시 시아파 최고 권위자인 ‘마르자에 타클리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고 그를 아야톨라로 승격한 뒤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전례가 있다. 명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모즈타바는 중급 법학자인 ‘호자톨레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메네이가 종교적 권위의 약점을 혁명수비대와의 밀착 관계로 보완했던 것처럼 모즈타바도 같은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란 국영언론은 선출 소식을 전하며 그를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라고 칭했다.

또 이번 선출이 전문가회의 소속 종교 권위자들의 숙의 결과라기보다 군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향후 종교국가라기보다 군부 통치 색채가 강한 체제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과 관련해 하메네이의 유언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엑스(X·옛 트위터) 페르시아어 계정은 이날 새벽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차남 얼굴을 붙인 사진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왜 아버지의 유언장을 불태웠나"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N12 방송은 "많은 이들이 후계자로 모즈타바가 오르기를 바랐지만, 알리 하메네이는 유언에서 '아들을 후계자로 임명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N12는 하메네이의 유언 때문에 후계자 선출이 지연됐으며, 최종 결정권이 이란 군부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앞서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도 지난 5일 전문가회의 내부에서 한 위원이 "알리 하메네이는 아들의 지도력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며, 생전에 (지도자 세습) 사안이 제기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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