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 지수, 3.61% 하락… 트럼프 장기전 시사에 투매 확산

  • 3일간의 연쇄 하락에 중의원 선거 이후 상승분 반납… 방산·상사주마저 급락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있는 증시 전광판사진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있는 증시 전광판[사진=AFP연합뉴스]



도쿄 주식시장이 중동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으며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작전 장기화 시사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사상 최고치를 향하던 시장의 낙관론을 패닉으로 바꿨다. 4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33포인트(3.61%) 하락한 5만 4245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 폭은  2025년 4월 7일(2644포인트 하락)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이로써 닛케이는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 달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기록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폭락의 발단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당초 4~5주 내 조기 종전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에 얼마나 시간이 걸려도 문제없다"고 언급하며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두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원유 수입의 80~9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정체로 인해 일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닛케이 평균 변동성 지수(VI)가 64대까지 치솟으며 202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변동성에 민감한 '리스크 패리티' 전략 투자자들의 무차별 매도를 촉발했다.

이날 장세의 특징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혜주로 꼽히던 종목들까지 투매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미쓰비시중공업(-9%), 가와사키중공업(-11%), IHI(-11%) 등 방산주가 대부분 급락했고, 자원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대했던 미쓰비시상사나 미쓰이물산 등 상사주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138.50포인트(3.67%) 하락하며 시장 전반이 무너졌다. 도쿄증시 프라임 시장 상장 종목의 90%가 하락한 가운데, 매매 대금은 약 10조 5696억 엔(약 98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2월 13일 이후 최대 규모의 거래량을 동반한 폭락세를 나타냈다. 해외 투자자들은 중동 정세 긴박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를 배경으로 주가 지수 선물 매도를 주도하며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 같은 패닉 셀링은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그간 모멘텀 주도로 급등했던 한·일 양국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회수(Unwind)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폭락으로 지난달 시카고 선물 시장에서 사상 처음 6만선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았던 ‘3월 6만선 시대’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차트상으로도 최근의 급등 구간이 상단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랜드 리버설(Island Reversal·고립된 섬)’ 형태를 띠게 되면서 상방 저항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의 위험도 최고조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매수 잔고가 5조 5405억 엔으로 2006년 이후 19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5만 엔선을 위협받을 경우 증거금 부족에 따른 반대 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에 박차를 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부 지역 금융기관과 개인이 실적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일부 지지하기도 했다.

금융 시장 전반에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채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었다. 이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5% 낮은 2.115%로 하락하며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외환 시장 역시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요동쳤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소폭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1달러 당 157.40엔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후 한때 카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이 중의원에 출석해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하자 일시적으로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으나, 발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원유 가격 상승이 일본 경제의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기조적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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