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야욕'에 놀란 아이슬란드...EU 가입 재시동

  • "8월 국민투표 검토"...안보·관세 압박 속 전략 수정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사진신화·연합뉴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사진=신화·연합뉴스]


아이슬란드가 10여 년 전 중단했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국민투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과 관세 압박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23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정부는 당초 내년으로 예정했던 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 국민투표를 이르면 오는 8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의회는 향후 몇 주 안에 구체적인 투표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EU 정치인들의 아이슬란드 방문과 아이슬란드 정치인들의 브뤼셀 방문이 잇따른 점도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현지에서는 북극권 이웃인 그린란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EU 틀 안에서 안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EU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이슬란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이 이어지던 가운데 주아이슬란드 미국 대사 지명자가 "아이슬란드가 미국의 52번째 주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즉각 해명을 요구했고 미 대사관 측은 사과했지만, 현지 여론의 불쾌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여러 차례 아이슬란드로 잘못 언급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대형 은행 3곳이 파산하자 EU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로존 붕괴 우려가 커지자 2013년 가입 협상을 동결했다. 2015년에는 EU에 자국을 가입 후보국으로 간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손익 계산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북대서양 전략 요충지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자체 군대가 없으며,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지위와 1951년 미국과 체결한 상호 방위 협정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EU 가입이 가져올 잠재적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EU 가입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이슬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5위권으로 평가받는 만큼, 경제적 이익보다는 안보 측면의 실익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질 경우 아이슬란드는 현재 협상 진도가 가장 빠른 몬테네그로 등 다른 후보국보다 먼저 EU에 가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이슬란드는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이자 솅겐 협정 가입국으로 이미 EU 법규 상당 부분을 국내법에 반영하고 있다.

과거 가입 협상 당시에는 어업권을 둘러싼 영국과의 갈등이 최대 난관이었지만,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는 협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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