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가 관세 보복 카드 다시 꺼낸 이유는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겨냥하여 다시 관세 보복을 시작하였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한미통상 합의를 비준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자동차 등의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재명 정부는 초비상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안보 현안을 합의했으며, 11월 14일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함으로써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문제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협상 결과를 뭉개면서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신라 천마총 금관모형과 금 190돈으로 만든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 이후 한미 양국은 통상 문제를 포함해서 원자력 잠수함, 우라늄 농축 등 안보 문제까지 포함된 조인트 팩스시트까지 만들었다.
 
이재명 정부는 마침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한미관계도 돈독하게 구축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기세를 몰아서 올해 초 중국을 방문하여, 한중관계 정상화에 힘쓰는 등 실용외교에 몰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동북아정세에서 미묘하고 중요한 시점이었다. 대만 문제를 놓고 일본 다카이치 정부와 시진핑 정부 간 갈등이 촉발되어 중일관계가 최악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통제로 보복하였고, 한국에도 대만 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경고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관세 감축과 원자력 잠수함 건조라는 선물을 주고 그 대가로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유치를 확보했다. 큰 성과였다. 또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양국 정상들은 흡족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인가?
 
트럼프의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현 상황을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국내외 정세를 잘 간파해야 한다. 그 속 사정을 살펴보자.
 
첫째, 미국 대법원에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에 관한 최종 판결을 준비 중이다. 만일 상호관세가 위법으로 결론 날 경우,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과 맺었던 통상협정의 정당성이 훼손되어 무역상대국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인 한국, 일본, EU 등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키로 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로서는 조급증이 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찐 동맹국인 일본의 경우, 대미투자를 서둘러서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은 대미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관점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미 정부는 얼마 전 대만과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대만은 반도체 회사인 TSMC의 2,500억 달러 직접투자를 포함해 총 5,0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하고 관세를 15%로 낮추었다.
 
트럼프의 관세인상 폭탄 발언은 “한국 국회에서 한미통상 합의 내용을 조속히 통과시켜, 미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한미 간 합의한 대로 대미투자가 추진되도록 대못을 깊숙이 박아 놓자”는 의도이다. 또한, 다른 국가들에도 대미투자를 빨리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보복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다.
 
둘째, 트럼프 정부는 전 세계에서 미국기업에 자행된 비관세 장벽을 수집해왔다. 미국은 자국의 IT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런 가운데 쿠팡 사태가 트럼프 정부를 자극한 것이다. 쿠팡은 한국에서 대규모로 개인 정보를 유출하였는데도 이를 반성하지 않고, 트럼프 정부에 로비활동을 하여 오히려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보복 수단은 다양하다.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상대국을 몰아붙인다. 그 카드를 꺼낸 것이다. 향후 본격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을 것이다.
 
셋째,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외교 강화에 대한 견제이다. 트럼프는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모두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깜부동맹을 원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스타일이 미·중 간의 줄타기 외교로 비추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미 정부는 원자력 잠수함·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협의도 지연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둘러싼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을 내심 기대한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했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일 동맹관계도 최상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미·일 간 공통분모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 보복에 따른 향후 한미관계를 전망해보자.
 
첫째, 우리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조속히 비준할 경우, 트럼프 정부의 관세 보복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임기 내내 세계 패권국 지위를 활용하여 관세, 비관세 장벽 등을 문제 삼아 자국 이익을 취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략이 변칙성을 보여주고 있어 늘 긴장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 정부는 한국 반도체에 구체적으로 관세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한다. TSMC는 향후 미국에 공장 5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최대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향후 한국에도 대미 반도체 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공장의 허브가 되어 과거 반도체 종주국의 지위를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초 중국을 방문하고 통상, 대만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중관계는 기세 싸움이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제1도련선과 대만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말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전에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의 결속을 다지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관세는 물론 원자력 잠수함 건조 등 안보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을 높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한, 이 정부의 실용외교는 끊임없이 도전받을 것이다. 미·중 간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의 안보와 통상 문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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