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18년 만에 퇴장…연구형 4개 항목·구축형 과락제 도입

  • 12일 과기정통부 대형 R&D 사전점검체계 전면 개편 기자간담회

  • 속도는 연구형, 통제는 구축형

사진최연재 기자
홍준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정책국 국장이 대형 R&D 투자 관리체계 개편과 관련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최연재 기자


정부가 18년간 유지해 온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고 대형 R&D 투자·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경제성 중심의 종합평가에서 벗어나 연구 특성과 사업 리스크에 맞춘 맞춤형 점검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대형 R&D 사전점검체계 전면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사전점검 대상 기준은 기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상향되며, 사업은 ‘연구형’과 ‘구축형’으로 구분해 서로 다른 절차를 적용한다.

연구형 R&D는 AI·양자·바이오 등 전략기술 개발과 기술사업화, 인력양성 등 연구 중심 사업이 대상이다. 1000억 원 이상 신규 사업은 예산 요구 전 약 5개월간 사업기획점검을 받는다. 특히 기존 예타가 경제성을 포함한 8개 항목을 종합평가했던 것과 달리, 새 제도에서는 시급성·구체성·중복성 등 4개 필수 항목 중심으로 간소화했다. 평가 부담을 줄여 연구자가 행정 준비보다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구축형 R&D는 대규모 연구시설·장비 구축, 연구단지 조성, 우주 발사체 체계개발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이 해당된다. 이 유형에는 종합평가(AHP) 대신 항목별 과락제가 도입된다. 점수를 합산해 당락을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성숙도, 사업관리 계획, 입지 적정성 등 주요 항목별 기준을 충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가 해소되면 추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대형 RD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 인포그래픽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형 R&D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 인포그래픽[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예타와 달리 탈락하더라도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나 사업관리와 무관한 항목으로 탈락한 경우에는 대상선정 면제가 가능해 신속한 재추진이 가능하다. 총사업비 역시 초기 단계에서 일괄 확정하지 않고, 사업추진심사와 기본·실시설계 적합성 심사를 거쳐 단계별로 확정된다. 기술 확보가 미흡하거나 사업 지속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중단도 가능하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과거 과학비즈니스벨트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처럼 입지를 먼저 확정한 뒤 적정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사례에서는 점검 과정에서 사업비가 증액됐고, 현재까지도 추가 R&D가 이어지고 있지만 완공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번 개편은 단계별 사업 추진과 심사를 통해 예산 낭비와 위험 부담을 줄이고, 총사업비도 단계에 맞춰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환기 운영 일정도 구체화됐다.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시 연구형 R&D는 점검 기간을 예외적으로 2월부터 4월까지로 조정해 적용한다. 구축형 사업추진심사는 시행령 등 제도 정비를 거쳐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홍주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타당성심사팀 사무관은 “이번 개편은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평가 항목을 8개에서 4개로 간소화한 연구형 트랙과, 사업 추진 리스크를 정밀하게 관리하기 위해 항목별 과락제를 도입한 구축형 트랙으로 나뉜 것이 핵심”이라며 “한 번의 종합평가로 사업이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단계별 점검을 통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예산을 확정하는 체계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18년 만에 예타 폐지에 이은 R&D 투자 심의 체계 개편은 대형 R&D의 신속성과 재정 투자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역대 과학기술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성과다"면서 "연구형은 속도를 높이고 구축형은 전주기 관리로 리스크를 줄이는 이중 구조를 통해 R&D 투자 효율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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