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수출’이라는 성적표 이면에서 고용 위축 신호가 뚜렷해지며 이른바 ‘반도체 착시현상’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성장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과 민간소비로의 파급은 제한되면서 내수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반도체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당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산업 평균(6.2) 대비 3분의 1 수준이며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자동차(4.3)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본집약 산업인 반도체가 경기 회복을 주도적으로 이끌수록 일자리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의 재화를 산출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성장 대비 고용 효과가 작음을 뜻한다.
반도체 수출 자체는 확실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4% 늘어 월 초순(1~10일)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반도체 호황과 고용 부진의 괴리는 대기업 실적과 체감 경기의 간극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확대로 직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설비투자에도 생산 공정 자동화 비중이 높아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구조다.
반면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산업들은 우리 경제의 주력 성장 동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사회복지서비스(22.4), 사업지원서비스(12.9), 우편·소화물 전문 운송 서비스(12.8) 등은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만 생산성과 수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최근 경기 둔화 영향을 크게 받은 토목건설(7.4)과 건물 건설·건축 보수(7.3) 역시 고용유발계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이 같은 산업 구조가 이어지면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전체 일자리 증가 규모가 약 15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도 공공 부문을 제외한 순수 민간 일자리는 약 6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도 내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한 금통위원은 “고용이 늘어나야 소비 증가로 이어질 텐데 현 상황에서는 수출이 늘더라도 민간소비 개선세가 제약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소비와 내수 회복에는 고용의 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노동시장 구조 개선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