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탈중앙화를 강조하는 가상자산이 결국 중앙화된 거래소(CEX)에서 거래되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발생한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대한 해법을 두고 금융당국과 업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막대한 권한을 가진 거래소로서 빗썸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당국은 거래소 지배구조 등 구조적 문제를, 업계는 법·제도 등 규율 체계 미비를 지목하고 있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2단계 가상자산법(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며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법안 마련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중앙화 거래소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관련 회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정보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지배구조 분산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배구조 분산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신뢰 훼손의 근본 원인을 지배구조 문제로 보고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15~20%)을 포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의 내부통제 실패로 규정하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특정 거래소의 시스템 관리 실패가 원인이므로 지배구조 규제보다는 규율 체계 정비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사고 예방과 대응 절차를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업비트와 코인원은 설명 자료를 통해 “블록체인 지갑과 전산 장부 수치를 자동 대조하고, 장부상 수치가 실제 보유량을 초과할 수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와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기관 역시 데이터베이스 기반 장부 거래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거래소별 내부통제 격차는 장부 거래 자체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 미비에서 비롯된 만큼 예방책과 대응 절차를 규율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금융사고와 가상자산 인프라 전반에 대한 논의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라는 기존 금융 시스템 위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분산원장이라는 본래 장점이 약화될 수밖에 있어 거래소와 가상자산 자체를 동일한 규제 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이 ‘화폐를 대체한다’는 태생적 가치에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산’으로 성격이 변질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분야 학계 전문가는 “거래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내부통제 등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가상자산 자체를 기존 금융 시스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규제하면 본래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거래소와 가상자산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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