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외교 총력 대응에도 '빈손'…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속도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대응해 정부가 통상·외교 라인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지속’이라는 원론적 메시지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관세 인상 확정 절차인 관보 게재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정부는 관세 시행을 막거나 최대한 유예 기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화상회의를 열고 물밑 협의를 이어갔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에도 러트닉 장관과 화상회의를 열어 한·미 간 기존 관세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을 확정·시행하기 위한 관보 게재 준비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용 시기 등 세부 내용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관세 인상 자체를 저지하거나 최소한 시행 시점을 늦추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출국해 이날 귀국할 때까지 장기간 현지에 체류하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의회, 주요 싱크탱크를 잇따라 접촉하는 등 대미 설득전에 나섰다.

여 본부장은 이날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관세 합의를 충실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한국이 선의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인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설득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이 관세 재인상 방침을 철회하거나 속도 조절 의사를 내비쳤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예단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관세 재인상과 관련해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명확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측 행보는 우리 정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관세 문제를 타결하고 조만간 첫 대미 투자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이 이러한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낮추는 대신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협의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르면 다음 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등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 측에 관보가 게재되더라도 관세 재인상 발효 시점을 유예해 달라고 설득 중이다. 전날 여야는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달 내 입법 절차를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법안은 다음 달 9일 이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것이 대미 투자 특별법 입법 지연인 만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속도를 내겠다고 한 부분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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