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그간 빙상 종목에 편중됐던 메달 레이스가 설상 종목으로 확장되는 '종목 다변화'의 시험대이자, 젊은 피들이 주력으로 나서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빙판과 설원을 아우르며 한국 선수단의 성패를 책임질 2000년대생 샛별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밀라노를 뜨겁게 달굴 차세대 주역들을 미리 짚어본다.
◆쇼트트랙 임종언·김길리 주목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종목은 단연 '효자 종목' 쇼트트랙이다. 그중에서도 남자부의 임종언(19)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목하는 '괴물 신예'다. IOC는 지난 2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6 동계 올림픽을 빛낼 10명의 신예 선수'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임종언이 이름을 올렸다. IOC는 임종언을 "한국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소개하며 "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을 꺾고 선발전 정상에 오른 괴물 신예"라고 평가했다.
임종언은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총점 102점을 기록하면서 황대헌, 박지원 등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 데뷔해 10월 몬트리올 1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11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선 1000m 우승을 추가하며 시니어 무대 첫 시즌 만에 1000m 종합 4위에 올랐다.
첫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길리는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혼성 2000m 계주, 여자 3000m 계주, 여자 500m, 1000m, 1500m 등 다섯 개 종목에 출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대표팀에선 김길리(22)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첫 올림픽에 출전하는 그는 이번 대회 혼성 2000m 계주, 여자 3000m 계주, 여자 500m, 1000m, 1500m 등 다섯 개 종목에 출전한다. 주 종목은 1500m다. 4일 캐나다 스포츠 정보 분석업체 쇼어뷰 스포츠 애널리틱스(SSA)는 "김길리가 1500m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김길리는 2022~2023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본격 진입했다. 빠르게 성장한 그는 시니어 2년 차였던 2023~2024시즌에 ISU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 중 최초로 '크리스털 글로브'를 들어 올리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2월 생애 첫 동계 아시안게임이었던 하얼빈 대회에선 여자 1500m와 혼성 계주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2관왕을 달성했다. 1000m와 500m에선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8)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제2의 이상화·김연아 탄생 기대감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8일 스피드스케이팅 이나현이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빙속 여제' 이상화(37)의 은퇴 이후 공석이었던 단거리 여왕의 자리를 이나현(21)이 노린다. 2023~2024시즌 ISU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34를 기록하며 주니어 세계 기록을 새로 쓴 그는 2025~2026시즌 ISU 월드컵에선 1~4차 대회를 통틀어 주 종목인 여자 500m 랭킹 4위에 올랐다.
하얼빈 동게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여자 100m에서 빙속 '간판' 김민선(27)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팀 스프린트 금메달, 여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첫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80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신지아(세화여고)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아 키즈' 신지아(18)도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건 '피겨 여왕' 김연아 은퇴 이후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36)를 보고 자란 후배인 신지아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신지아는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은메달을 획득했고,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시니어 연령 자격을 갖추자마자 국가대표 1,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최가온·이채운, 설상 첫 금메달 조준
여자 하프파이프 '신동'으로 불리는 최가온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설상 종목은 불모지로 불렸다. 이상호(31)가 2018년 평창 대회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이 유일한 메달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남녀 동반 메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자 하프파이프 '신동'으로 불리는 최가온(18)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3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가온이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클로이 김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며 "만약 최가온이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최연소 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기록까지 경신하게 된다"고 주목했다.
최가온은 지난 2023년 1월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X게임에서 파이프 종목 최연소(14세 3개월) 우승 기록을 써냈다. 기량을 갈고 닦은 그는 2025~2026시즌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무려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활약에 힘입어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채운은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사진=연합뉴스]
남자 하프파이프 기대주는 이채운(20)이다. 만 13세이던 2019년 월드 루키 투어 빅에어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2020년엔 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아시안컵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 최연소로 출전해 14위를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는 계속됐다. 2023 바쿠리아니 세계선수권에서 최연소로 금메달(만 16세 10개월)을 획득했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
이후 이채운은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획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2024년 8월 무릎 연골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 3월 무릎 수술을 받았다. 수술 여파로 올 시즌 월드컵에선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열린 스위스 락스 월드컵에서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인 8위에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