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눈 치우기는 공유지의 비극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로 소개된다. 이웃들이 공유지인 골목의 눈 치우기를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나는 눈을 치우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 치우면 나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면서 같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더 유리하다. 그러한 개인의 선택이 모이면 골목의 눈은 아무도 치우지 않게 된다.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집단의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주 대표소송이나 증권관련집단소송에서도 나타난다. 주주 중 일부가 비용을 들여 임원의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을 제기해서 승소를 하더라도 임원에게서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아니라 회사다. 누군가 대표소송을 제기해서 얻는 이익은 회사를 거쳐 전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증권관련집단소송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누군가 집단소송을 제기해서 승소를 하면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이상 그 승소의 이익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도 함께 누린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펴낸 '주주 대표소송 현황'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199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8년여 동안 국내에서 제기된 상장사 관련 주주 대표 소송은 모두 합쳐 63건에 불과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 제도가 2005년 도입되었지만 제도 시행 20여 년이 지난 2025년까지 제기된 집단소송도 20여 건에 불과했다. 증거 수집의 어려움, 남소 방지에 주력한 잘못된 제도 설계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다른 누군가 나서 소송을 제기하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점도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 현실에서 대만의 '증권 투자자 및 선물 거래자 보호법'과 그에 따라 설립된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무임승차가 가능한 공유지의 관리를 개인 각자의 선택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공적기관인 투자자보호센터에도 맡기고 있다. 대만 역시 대표소송, 증권관련집단소송 제도가 우리와 비슷하여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SFIPC가 이를 해결하고 있다.
대만 투자자보호법은 투자자를 대표하여 SFIPC가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소송도 마찬가지다. 소송비용은 SFIPC가 우선 부담한다. SFIPC가 승소하면 손해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배분하기 전에 소송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하는 방법으로 회수한다. SFIPC 운영 재원은 증권회사의 위탁매매 거래대금,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 중 일부를 받아서 마련한다. SFIPC는 2025년 기준 주주 대표소송을 총 95건 제기하여 미화 약 6600만 달러 이상의 기업 자산을 불법행위자에게서 환수하였다. 집단소송도 2025년 기준 307건이 진행되어 피해자 18만6455명의 승소 확정 배상액이 미화 약 26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SFIPC의 활약이 대만의 자본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코스피 5000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이 자리 잡으려면 지난해 개정된 상법이 실효적인 규범으로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주주 충실의무 위반의 책임을 묻는 소송들이 제기되고, 법원 판결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러한 소송을 제기할 주체가 마땅하지 않다. 골목길 눈 치우기 같은 공유지의 비극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던 대만은 투자자보호법 제정과 SFIPC 설립으로 이를 해결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서는 이제 한국식 투자자보호법과 한국식 SFIPC 설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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