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일본 총선과 소비세 감세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2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선언하였다. 총리로 취임한 지 불과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중의원 해산이고 자민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전격적인 발표여서 국내외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필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러한 결정에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여 총리가 염원하는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없는 정치 상황이 싫었을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자신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고 다른 파벌의 지지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구나 자민당과 오랫동안 연립정권을 구성해 온 공명당과의 연립이 해체되었다. 그 대신 일본유신회와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하였으나 두 정당의 궁합은 아직 미묘한 상태이다. 국제정세를 보면 중국과의 대립은 날로 격화되어 가는데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을 밀어붙이기에는 여전히 정권 기반이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70%를 넘을 정도로 높다. 자! 그렇다면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에 총리로서의 운명을 걸 것인가?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하고자 결정하였다. 그것이 바로 중의원 해산과 총선이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중의원 해산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나온 자민당의 새로운 경제정책 노선, 그중에서도 소비세 감세정책이다. 자민당은 총선 공약으로 음식료품에 대해 2년간 한시적으로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 공약을 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 정책은 과거 자민당 정책과 완전히 배치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자민당은 소비세를 사회보장의 안정 재원으로 보고 소비세 인하를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강하게 맞서왔다. 자민당은 소비세 유지 나아가서는 오히려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였다. 그 결과로 현재의 10% 소비세율이 달성된 것이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다카이치 총리조차 소비세 인하에 반대했었다. 그는 소비세 인하의 경제적 효과가 의심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자민당이 돌연 비록 한시적이지만 소비세를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는 왜 정책을 전환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세제 변화는 다카이치 총리가 제시한 경제정책 전반과 서로 정합적으로 작동할 것인가?

다카이치 총리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종래의 일본의 재정정책이 ‘너무 나간 긴축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재정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위기관리투자’와 ‘성장투자’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유망 산업을 육성하는 성장정책과 공급망, 재난, 에너지, 식량 등 안보 및 재해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는 위기관리투자를 묶어서 성장전략으로 삼는 것이 다카이치 방식의 특징이다. 그리고 17개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17개의 전략 분야에는 AI·반도체, 조선, 양자, 바이오, 항공·우주, 사이버보안, 콘텐츠, 푸드테크, 자원·에너지, 방재·국토강인화, 신약·첨단의료, 핵융합, 소재, 항만물류, 방위산업, 정보통신, 해양이 포함된다. 모두 경제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향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분야에서 정부가 주도하여 대규모 투자 펀드를 만들고 이 자금을 마중물로 활용하여 민간투자를 대거 유치하여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안보형 산업정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극적인 정부투자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세입과 세출 전반을 재검토하여 자금을 조달하며, 성장을 통한 자연적인 세수 증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전략을 언급하였다.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간다. 더구나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채무잔액의 대 GDP 비율을 향후 줄여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채무는 줄이면서 정부투자는 늘리는 마술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여기에 더해진 결정적 한 방이 바로 음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폐지 공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적극적 투자에 투입될 재원의 조달 방안이 불투명한데 세수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음식료품 소비세 폐지로 연간 약 5조 엔의 세수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5조 엔을 충당할 대체 재원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대답이 전혀 없다. 그저 세입과 세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이 제시된 상황이다. 일본의 소비세는 소득세나 법인세보다도 세수가 더 많은 매우 중요한 정부의 소득원이다. 더구나 소비세는 연금, 의료, 돌봄, 어린이·육아 지원 등 사회보장지출을 위한 중요한 재원이다. 사회보장 재원은 줄어드는데 사회보장 지출에 대한 공약은 명확하지 않다. 줄어든 세수는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한 성장전략의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신규 국채를 발행하여 정부부채를 늘리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바라지 않는 바이다. 이 두 가지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입세출에 관한 철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필자의 견해로는 지극히 실현 가능성이 낮은 도전과제이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식품 소비세 폐지로 GDP는 약 0.22% 성장하지만 2년째 효과는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는 이보다 더 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금융시장의 역습이다. 일본의 언론은 2022년 9월 영국에서 발생한 트러스 쇼크를 재소환하였다. 당시 영국의 트러스 총리는 취임한 지 2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재원 방안을 동반하지 않은 연간 450억 파운드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충격으로 영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사건이 있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5%에서 4.5%로 상승하고 파운드화는 파운드당 1.2달러에서 1.03달러로 하락하였다. 물론 영국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일본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일본 국채금리의 지속적인 상승과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재원 조달 방안이 불투명한 정부지출 확대는 국채 시장을 자극한다. 더구나 일본은행은 이제 장기금리의 상한을 설정하여 관리하는 YCC정책을 폐지하였다. 국채매입액 규모도 줄이고 있다. 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고 장기금리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 가계의 재정 상황을 압박할 것이며, 기업 대출금리를 올려 기업투자를 압박할 것이다. 성장에 모두 마이너스 효과이다. 엔저는 수출 대기업에는 호재이지만 수입 물가를 올려 국내 중소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된다. 이 또한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이다. 이득을 보는 자는 수출 대기업과 주가 상승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상승한 일부 투자자이다. 이것이 과연 다카이치 총리가 기대한 소비세 폐지의 기대효과란 말인가! 더구나 일단 폐지한 소비세를 2년 후에 다시 되돌려 놓기에는 소비자의 저항이 클 수 있다. 일본의 소비세는 도입 그 자체부터 힘겨웠을뿐더러 1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과정 또한 지난했다. 그렇게 어렵게 일구어 놓은 정부의 안정 재원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닌가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요즘 국제사회에서는 전에는 비상식적이고 기괴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인 약육강식의 시대가 재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사태의 변화를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기 시작했다. 연약한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부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정권을 운영하는 위정자는 당연히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하여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자 도박에 나선 것이리라. 또 그것을 위해 다른 정책과 모순되더라도 국민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소비세 폐지를 처방한 것이리라. 포퓰리즘 확산의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러나 그 처방이 정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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