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지난 1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최종 공판 당시, 특검에 의해 사형이 구형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헛웃음을 지어 보였었는데, 이번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때는 얼굴이 굳어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형이 구형됐을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표정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재판부는 공수처의 논리를 받아들여, 내란이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범죄이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남동 관저에 머물렀으므로, 서울서부지법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봤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재판부의 논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내란 우두머리 재판을 비롯한 여러 재판에서 “공수처는 내란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체포 방해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이런 논리는 무너지게 됐다. 상황이 이러니 2월 초중순에 있을 내란 혐의 재판에 이번 판결은 불리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러니 당황하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 혐의에 대한 판결도 지난 21일 있었다. 이 판결에서 한 전 총리는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는데, 23년이라는 중형 자체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12·3 계엄을 ‘명백한 내란’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형법 87조에서 규정하는 폭동이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것을 말하고"라며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의회 정당제도, 영장주의를 소멸시키고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 검열을 시행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발령한 것이고 또한 다수의 군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하여 국회,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하고 출입 통제하는 등 다수인을 결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 역시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윤 진영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른바 '계몽령'을 주장해온 세력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당 재판부는‘계몽령은’을 주장하는 이들을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한 듯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에게 분명한 경고장을 날렸다. 요컨대, '계몽령' 주장은 사법부의 판결로 인해 더 이상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부정하며 '계몽령' 주장을 계속한다면, 이는 보수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법치주의와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앞으로 있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에 중요한 선례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민주당의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제2차 종합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 따라 특검이 활동을 시작하면, 지난 3대 특검과는 다른 방식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혐의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이후에 진행되는 수사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만 볼 때, 특검이 한남동 대통령 공관에 항의 방문했던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특수 공무 집행 방해 공범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의원들을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내란 특검도 이들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는데, 특검이나 여권의 입장에서 해당 의원들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들 의원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킬 수는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이 위헌 정당이라는 주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정청래 대표 등은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정부가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강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민의힘의 당권파가 친한계를 당 밖으로 축출할 경우, 자신들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항변을 펼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고, 가장 먼저 계엄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로 달려간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한동훈 전 대표가 축출당할지 여부는, 국민의힘의 방어 논리 구축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주당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방선거 이전에 나올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은 구속과 유죄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듯이, 위헌 정당 심판 청구 자체만으로도 국민의힘이 소멸할 정당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문제다. 지방선거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매우 불리한 여건 속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당명을 변경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적 구성이 동일한 상황에서 당명만 변경하는 것은 위헌 정당 심판 청구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사법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자 헌정 질서 전복 시도로 규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어떠한 전략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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