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정치는 이미지다 …'내란 프레임' 파급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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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이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 전원은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시정 연설장에 불참했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거부한 것은 2022년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이후 3년 만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시정 연설을 거부한 직접적 이유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개혁신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4일 조은석 내란 특검의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 "국회의원의 표결과 그 부수적 행동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삼권분립의 붕괴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저는 최대한 많은 국민의힘 의원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계엄을 사전에 알거나 도운 것이 아닌 이상 의원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 야권 전체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에 반발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여기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 가뜩이나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영장 청구의 적절성을 개인이 판단하면 법치주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보수 야권 전체가 해당 문제에 반발하는 정치적 맥락에 관한 부분이다. 만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구속되는 날에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 전체가 상당히 긴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속이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구속을 곧 '유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추 전 원내대표가 구속될 경우,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내란 관련성'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을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 이미지는 '사실'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또한 구체적 기억은 빠르게 희미해지지만, 그 기억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는 생명력이 상당히 길다. 예컨대, 어떤 정치인이 특정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면, 일반 국민들은 그가 왜 수감됐는지 그 원인이 된 사건의 내용은 쉽게 잊어 버린다. 그러나 그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부정적 이미지는 뇌리에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이미지의 생명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미지를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정당이나 정치인은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도록 사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힘'을 국민의힘이 미리 인식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덜 당황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건의 경우, 그것이 10분짜리 일반 면회든 더 긴 특별 면회든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는 기억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결합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수의 국민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 행위로 판단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면회가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상징적 이미지를 창출할 것인지를 사전에 숙고했어야 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측면을 미리 고려해 그러한 정치적 행동을 자제했더라면, 현재보다는 좀 더 '전략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지 이런 이미지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약 7개월 후면 지방선거가 있는데,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대해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면 '국민의힘=내란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더욱 힘을 얻게 되고, 이런 여론 분위기가 성숙했다고 여권이 판단할 경우에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위헌 정당 심판 결과가 지방선거 전까지 나오기는 어렵지만, 유권자들은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자체를 '소멸 가능성이 있는 정당'으로 받아들여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거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5일 "추 전 원내대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정치적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발언이다. 만일 민주당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돼 여권이 위헌 정당 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국민의힘 후보자들은 지방선거에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현재 고심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즉,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국민의힘은 특검과 여당 그리고 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역공을 시도할 것이다.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장관에 대한 구속이 실패한 데 이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마저 기각되면, 국민의힘은 내란 프레임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공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공이 여론의 호응을 얻으려면, 앞서 언급했듯이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지 관리란 '계엄 주역'들과 명확한 선을 긋고, 계엄이라는 중대한 사건에 대해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은 이미 사과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사과를 표명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국민 사과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러한 사과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사과의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명확하고 일관된 사과가 재차 필요한 것이다.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결국 정치 영역에서도 합리성에 기반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세력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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