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대 유혈 진압을 막기 위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규모 공습을 포함한 이란 공격 방안을 예비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사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이란 공격 시나리오를 놓고 초기 단계의 논의가 진행돼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논의 대상에는 이란 군사 표적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 방안도 포함돼 있다. 다만 다른 당국자는 미국 정부 내에서 어떤 군사적 행동에 나설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격 준비를 위한 군사 장비나 병력 이동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며칠간 이란을 겨냥한 새로운 군사 타격 선택지들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시위 유혈 진압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군사 타격 승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표적에는 테헤란의 비군사 시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이란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며 "이란이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고 말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미국은 용감한 이란 국민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 온 기조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반정부 시위를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이슬람 공화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역사적으로 오만한 통치자들은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전복됐다며 미국은 자국 문제에나 집중하라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해 강경한 대외 군사 행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침공 구상까지 검토했으나, 국제법 위반 소지와 의회 승인 문제를 이유로 미군 수뇌부가 이를 제지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 주변 강경파들이 대외 군사 옵션을 잇달아 거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생활고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전날까지 13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분노한 민심은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를 향하고 있다. 당국은 인터넷 차단 등으로 여론 통제에 나섰지만, 시위는 확산·격화하고 있으며 시위대와 당국 간 유혈 충돌로 사상자도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시위 이후 현재까지 최소 116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시위와 관련해 구금된 인원이 26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정부군의 강경 대응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36달러(2.35%) 급등한 배럴당 59.12달러에 마감했다. 이틀간 상승률이 5%를 넘는다. 같은 날 영국 런던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직전 거래일 대비 2.18%(1.35달러) 오른 63.34달러에 장을 마쳤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이란의 봉기가 시장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삭소은행의 원자재 분석 총괄인 올레 한센도 "이란 시위가 점점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이 공급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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