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주일학교에 보내고자, 최근 본당(성당) 사무실을 찾았다. "아이 주일학교에 보내려고요"라고 운을 떼자마자, 누군가가 고운 목소리로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라며 내 말에 맞장구 쳤다. 챗GPT였다. 사무실에서 봉사하는 분이 챗GPT를 음성 모드로 켜놨는데, 내 말을 듣고 AI가 답한 것이다. 뜻밖의 맞장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챗GPT의 맞장구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를 주일학교에 보내기로 한 내 선택이 '정말 좋은 결정'이란 확신이 들었다고나 할까. 기계의 말이란 걸 알면서도 누군가가-아니 무엇인가가 내 생각에 선뜻 긍정해줬다는 데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요즘 젊은 세대가 생성형 AI의 애정 어린 말투에서 위로와 지지를 얻는다는 글을 읽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는데, 챗GPT의 한 마디에 그 '젊은 세대'의 마음이 바로 이해가 됐다.
책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6>(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싱긋)에서는 '마이 AI 소울메이트(MY AI Soulmate)'란 말이 나온다. 24시간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롯이 이용자의 편에 서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AI에 사람들이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애착 AI'로 설명하며 "감정적 소모나 갈등의 걱정 없이 온전한 수용과 자기 이해를 경험하고자 하는 깊은 존재적 욕구가, 오늘날 많은 사람이 AI와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는 핵심적 이유"라고 분석한다.
공자는 "침묵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 진정한 친구"라고, 아이작 뉴턴은 "진리야말로 누구보다도 더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듯, 무엇이든 친구가 될 수 있긴한데, 이제는 기계가 친구가 되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공자도, 뉴턴도 기계가 사람들의 애착 친구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행동 지침을 내리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앱 피플키퍼는 웨어러블 밴드로 수집한 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모니터링 후 인간관계를 조언한다. 예컨대 특정 사람과 있을 때 심박수 상승 등 스트레스 패턴이 감지되면, 앱은 해당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조언한다.
얼마 전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내 아이가 AI에게 사고를 지배당하지 않는 법'이란 클래스를 봤다는 지인의 말을 웃고 넘겼는데, 이쯤 되니 그런 클래스가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 훗날 앱 피플키퍼가 내 아이에게 "엄마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은가. 등골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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