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0주년, '상품'에서 '서비스'로…무역적자 돌파구 찾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에서 왕원타오王文涛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에서 왕원타오(王文涛)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한때 대중 무역 흑자의 핵심 동력이었던 한중 FTA는 중국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상품 중심 교역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서비스·투자 등 FTA 2단계 협상을 재가동해 협정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15년 2274억 달러였던 한·중 교역액은 2024년 2729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자동차·바이오·철강·화장품 등으로 수출 품목도 다변화되면서 한·중 FTA가 양국 간 교역 기반을 넓히는 데 실질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상품 중심의 교역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1~11월 한국의 대중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2426억 달러로 집계됐다. 교역 규모는 2022년 3103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부터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 추세로 보면 올해 연간 규모 역시 지난해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는 FTA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 산업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의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이라는 국가 전략하에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과 공격적 투자를 앞세워 첨단 부품과 중간재의 자급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흐름은 한층 가팔라졌다.

그 결과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며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던 기존 분업 구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상품 수출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와 투자 분야로 교역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 협의에 속도를 내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당국 간 협의도 잇따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FTA 2단계 분야 협상을 가속하기로 했다. 또한 희토류 등 공급망 핵심 품목의 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양국 간 소통도 지속하기로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29∼30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통상 수장과 만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지난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FTA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중 FTA를 상품 위주 교역에서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등 분야로 교역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내년 베이징에서 제7차 한중 FTA 공동위를 중국 측과 열어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협력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이 확대될 경우 문화·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이른바 '한한령' 완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FTA 고도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지식재산권 보호와 제도적 투명성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FTA 2단계 협상을 중국 의존도가 큰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제도적 투명성 등 예측 가능한 통상환경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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