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지 못했다."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가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지난 10년 경남 교육은 ‘행복’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들의 기초 학력 저하와 지역 소멸 위기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6월 3일 실시되는 경남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경남교육감 후보자로 나선 김 전 차관보가 지난 10년간 경남 교육계를 지배해 온 ‘행복교육’을 비판하고 나섰다. 행복교육은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2014년부터 추진해 온 혁신교육 모델이다.
김 후보는 현재의 경남교육을 “성장을 멈춘 채 가라앉는 배”로 규정하며 정책 기조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그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그로 인한 ‘교육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현상을 지적하며, 편안함에 안주하는 교육이 아닌 ‘불편함을 견디며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짐을 싸고, 학교는 텅 비어가는 ‘구조적 파산’ 상태라는 진단이다.
김 후보의 문제의식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출발한다. 과거 마이스터고 근무 시절, 그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기업 60여 곳을 직접 발로 뛰었다.
현장의 요구와 학교 교육 사이의 거대한 괴리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는 “기업은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데, 학교는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 젖어 있었다”며 “현장과 정책의 미스매치(불일치)가 경남 교육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교체 이후 교육 정책의 혼선도 도마 위에 올렸다.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굵직한 현안들이 현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것.
김 후보는 “취지는 좋더라도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전은 결국 교사와 학생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며 교육청 차원의 정교한 완충 장치 부재를 꼬집었다.
이러한 정책의 엇박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김 후보는 “매년 중학교 졸업생 1000명 이상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경남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는 도 단위 광역단체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는 “자녀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데도 교육청은 이를 막을 ‘매력적인 학교’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불편한 성장’이다.
김 후보는 “운동을 통해 근육통을 겪어야 근육이 생기듯, 배움과 성장에는 힘든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지난 10년 경남의 행복교육은 아이들에게 마냥 편안한 것이 행복이라고 가르치며 성장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성적 지상주의로의 회귀’라는 비판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성장은 본래 불편하고 힘든 과정을 동반한다”며 “아이들이 그 과정을 이겨내고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지, 마냥 편하게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 자율성과 교권 회복을 강조했다. 교사들이 악성 민원과 법적 분쟁에 시달리느라 교육 본연의 업무를 놓치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후보는 “교육청 내에 변호사 20명을 채용해 교권 침해 발생 시 즉각 법률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사 개인이 학부모 민원을 감당하게 두지 않고, 기관이 법적 대응을 전담해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력 부재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김 후보는 “경남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작은 학교 통폐합만이 답은 아니다”라며 거점 학교 육성과 통학버스 시스템 확충, 기숙형 공립 학교 설립 등 인프라 투자를 강조했다. 학교 존속을 목표로 삼는 접근에서 나아가, 영재·국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유입형 학교’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진단평가’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교조 등에서 비판하는 ‘일제고사 부활’ 프레임에 대해 그는 “학력 줄 세우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처방을 내리듯, 학습 결손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는 “진단 없는 처방은 돌팔이 의사나 하는 짓”이라며 조기 진단과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관련해서는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라며 본질인 정책 대결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김 후보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 정의했다. 그는 “행복이라는 구호 뒤에 숨지 않고 학생의 실력, 교사의 교권, 지역의 소멸 위기까지 온전히 책임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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