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고명환: 나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다"

고명환은 자신을 특별한 성공 사례로 설명하지 않는다. 개그맨, 요식업 창업가, 작가, 강사라는 여러 직함 역시 생존을 위한 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인생의 전반전을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끌려다니며 살았고, 교통사고 이후 비로소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돈을 쫓던 태도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삶은 안정됐고, 일은 명확해졌다.

그가 강조하는 변화의 핵심은 독서와 꾸준함이다. 책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얼마짜리 사람인지 알게 됐고,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이 삶의 후반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교육, 창업, 노동, 성공에 대한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질문하지 않는 삶, 속도에 휘둘리는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해답은 단순하다고 말한다. 읽고, 생각하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

이 인터뷰는 도전이나 열정을 미화하지 않는다. 고명환은 여전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다만 끌려 다니지 않을 뿐이다. 인생의 후반전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그의 말은, 지금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게 만든다.

 
고명환 작가사진 김호이 기자
고명환 작가[사진= 김호이 기자]


개그맨에 이어 식당 창업, 작가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먹고 살려고(하하). 개그맨은 수명이 짧지 않나. 인생의 후반전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인생의 전반전은 무엇을 향해 달려왔나
-인생의 전반전은 세뇌 당하면서 끌려 다녔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개그맨의 삶도 좋았지만 100% 제 길이 아니었다. 요식업 CEO 겸 강사와 저자가 진짜 저의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그맨의 경험이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
-개그맨은 아이디어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창업을 할 때도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아이디어로 할 수 있는 걸 깨달은 게 제일 큰 도움이다.

삶에 전환점이 됐던 순간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교통사고 전후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
- 교통사고 전은 끌려 다니면서 살았고 후에는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기 때문에 돈을 쫓으면서 남들이 좋다는 것들을 했기 때문에 끌려 당하면서 산거다. 교통사고 이후로 돈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라 돈보다 중요한 것들을 깨달았다. 그렇게 되니까 돈이 더 잘 벌어지더라.

열심히의 원천은 뭔가
-꾸준함이다. 저는 매일매일 영상을 올리고 있다. 뭔가를 시작하면 200일 이상 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위대하다고 느껴지면 자기 자신을 믿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도전을 머뭇거리는 게 없어져서 선순환이 된다.

독서를 통해서 가장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을 때는 언제인가
- 진짜 내가 아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고명환이었다. 학교 다니고 취업준비 하고 주택보금 들고 남들이 말하는 행복대로 살아왔다. 독서를 통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나를 찾았다.

대표로서 고명환, 작가로서 고명환, 개그맨으로서의 고명환, 사람으로의 고명환은 어떤 사람인가
-개그맨의 고명환은 끌려당하면서 살았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업도 하고 글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제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건 40살부터 돈과 권력으로 제가 가기 싫은 곳에 가기 싫은 시간에 데려다 놓은 사람은  없다. 사람으로서의 고명환은 녹슬어서 사라지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고 싶다.

주로 어떤 책들을 많이 읽나
-항상 흐름이 달라지는데 요즘은 철학과 신학, 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삶의 해답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독서다. 동영상 강의는 순간적이다. 그 순간은 이해해도 돌아서면 잊는다. 책을 읽고 은유와 비유, 압축, 상징으로 된 인문 고전 철학을 책으로 읽다 보면 스스로 해독이 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만 들어가도 책을 읽고 있으면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
-많은 지식인들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비판 하고 있다.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대답하는 것에만 바쁘다. 좋은 대학 갔다고 자기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게 은퇴를 하면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많은 부모들이 안정된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학원을 더 보낸다. 좋은 대학 나와서 집 한 채도 못 사지 않나. 그건 창의력이 없어진 교육을 받아서 그런 거다. 

종이책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e-book도 많이 읽나
-전혀 안 읽는다. 제 방이 도서관처럼 책들이 빼곡한데 도서관에 가면 책이 훨씬 잘 읽힌다. 도서관은 책과 공부와 열정의 파장이 흐른다. 종이책이 더 깨달음이 크다. 도서관이 멀어도 도서관에 가는 이유가 집에서 읽는 것보다 효율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사회초년생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게 있나
-빨리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를 위한 일인지, 왜 선택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된다. 99살까지 내 삶의 의미와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뭔가를 계속 찾으면서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된다. 나이를 먹는다고 인생의 후반전이 아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제대로 된 삶이다. 사회초년생들이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 진짜 나 자신으로 제대로 살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무작정 월급 받으면서 끌려 다니지 말고 독서하면서 질문을 던지며 살다 보면 남들보다 한발 먼저 인생의 후반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냥 직장 다니고 남들처럼 살다가 은퇴 하고 찾으려고 하면 늦는 거다. 

주변에서 창업을 한다고 할 때 꼭 알려주는 게 있다면 뭔가
-창업을 하면 좋은 쪽만 생각한다. 근데 현실은 세금 문제나 노무 관계, 법률 등  알아야 될 것들이 많다. 고통과 관련된 걸 완벽하게 알아야 된다.

요즘 가장 고통스러운 건 뭔가
-저는 이제 고통스러운 게 없다. 매일 새벽에 영상 올리는 것도 재밌다. 예전에는 독서가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목적이 됐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첫번째로 했던 건 뭔가
-독서를 통해서 역량을 쌓아야 된다. 진정한 부는 돈이 많은 게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은행이 폭격 당하고 모아둔 돈도 사라진다.  그 속에서 부를 일으킬 수 있어야 된다. 그게 역량이다.

어떻게 하면 독서를 삶에 접목 시킬 수 있을까
- 인문학은 인간이 그려온 무늬를 공부하는 거다.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면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보인다. 

스스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시나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짜리 인지 알아야 된다. 그걸 알아내는 순간 경제적 자유가 생긴다. 그걸 모르니까 돈을 쫓는 거다.

고명환에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이 궁금하다
-잘 먹고 잘사는 게 그날 하루하루가 행복해야 된다.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어야 되는 거다.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으려면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해보는 게 좋다. 연봉만 올리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일이 힘든 거다. 일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된다. 저는 죽음의 순간을 갔다 와봤지 않나. 내 것만 챙기다가 교통사고 난 거거다. 그때는 최고의 비극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최고의 행운이다. 그걸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니까 말이다. 

앞으로의 꿈은 뭔가
- 돈이 몰려오는 게 느껴진다. 내 가치를 더 높여서 300억으로 도서관을 지을 거다. 제가 만약 책을 안 읽었으면 지금도 개그맨을 하고 있었을 거다. 책을 읽다 보니까 어엿한 창업가가 된 거다. 98년도에 5만원 받고 강의를 했다. 지금은 제가 500만원을 받는다. 책을 읽었으니까 그렇게 된 거다. 도서관장 고명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꺼내고 싶다.
 
고명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고명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마지막으로 매일매일 성장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교통사고가 나고 20년 가까이 주체적인 삶을 살면서 경제적 자유도 이뤘는데 지금 현대사회를 살면서 나만의 속도를 알아야 된다. 자기 속도를 알고 기다릴 수 있어야 된다. 다들 너무 빨리 가다 보니까 지치는 거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얼마짜리이며 나의 속도를 알아야 된다. 다른 사람이 30살에 30억 버는데 나는 그렇게 못 번다고 해서 내가 잘못 된 게 아니다. 빨리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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