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서 '칠레의 트럼프' 카스트 당선…4년 만에 '우파' 재집권

  • 결선서 히아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 눌러…중남미 정부 '우경화 흐름' 가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연합뉴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연합뉴스]
칠레에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집권좌파의 지지를 받은 히아네트 하라(51) 칠레 공산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EL)에 따르면 개표율 57.44% 기준 카스트는 59.16%, 하라는 40.84%를 기록했다. 하라 후보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축하를 전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달 16일 1차 선거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른 카스트는 보수층 결집에 성공하며 세바스티안 피녜라(1949∼2024)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의 우파 정권 교체를 이뤘다. 반면 가브리엘 보리치(39)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에다 자신이 아닌 하라 후보의 외연 확장 실패까지 겹치며 정권을 내주게 됐다.

법조인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거물 정치인으로, 2002∼2018년 하원에서 내리 4선을 지냈다. 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고, 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군부독재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언행으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불법(서류 미비) 이민자 추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세 과정에서는 취임일까지 날짜를 하나하나 세며 "옷만 걸친 채 떠나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군사독재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도 그는 조직범죄 척결을 위해 군의 권한 확대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까지 언급해 왔다.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정부가 추진해 주목받은 대규모 교도소 건설·갱단원 대량 수감 정책 역시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온건 우파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현지 매체 TV칠레비시온은 전했다. 공화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해 '시장경제주의 회귀'를 약속했다. 공공예산 삭감, 규제 완화, 기업 법인세 인하, 노동법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이 주요 정책 구상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 결과는 유권자들의 강한 정권 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남미의 모범생'이란 평가와 달리 칠레에서는 최근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유입과 강력범죄 증가,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보리치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된 상태였다.

다비드 알트만 칠레 가톨릭대 정치학자는 로이터통신에 "칠레 유권자들이 4년 만에 더 파시스트가 된 것은 아니며, 좌파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안착할 만한 유일한 곳이 카스트였다고 본다"며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을 20년 이상 정치 경력을 가진 친숙한 인물로 인식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양극화된 민심을 모아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여소야대 구조와 여전히 조직력이 강한 좌파 시민사회의 견제가 맞물리면서 그의 ‘강경 통치’ 구상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중남미에서 우파 집권 흐름을 뜻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도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볼리비아·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 등이 범보수 정권이며, ‘트럼프 외압’ 논란이 불거진 온두라스에서도 좌파 여당의 패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구 2000만 명의 칠레에서 카스트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칠레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은 불가하나 비연속 중임은 허용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축하 성명을 내고 "카스트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칠레가 공공 안전 강화, 불법 이민 종식, 양국 상업 관계 재활성화 등 공동의 우선 과제를 증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양국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우리 반구(서반구) 내 공동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그의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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