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12월 결선행…'공산당 vs 극우' 맞대결

  • 하라·카스트, 1·2위로 결선행…중도층 공략·보수연대 둥이 최대 변수

16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내년 3월부터 4년간 인구 2천만 명의 칠레를 이끌 새 대통령은 다음 달 치러질 대선 결선에서 최종 결정된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icio Electoral de Chile)는 1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율 99.99%(미확정 예비 수치) 기준 히아네트 하라(51) 칠레공산당 후보가 26.85%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는 23.92%를 얻은 강경 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에게 돌아갔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칠레는 다음 달 14일 1·2위 후보가 맞붙는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하라 후보는 칠레공산당 출신으로는 처음 집권연합의 공식 지원을 받은 대선 주자다.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 집권기(2006∼2010년·2014∼2018년) 사회보장부 차관(2016∼2018년)을 지냈고, 보리치 정부에서는 노동·사회보장부 장관(2022∼2025년)을 역임했다.

장관 재직 시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과 연금 개혁을 주도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복지 확대와 정부 지출 증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치안 우려가 칠레의 최우선 현안으로 부상하자 신규 교정시설 건설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일부 우파 정책을 차용하며 중도층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심지어 중도 지지층 흡수를 위한 칠레공산당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친 바 있다.

하라 후보는 결선 진출 축하 지지자 연설에서 낙선한 다른 후보들의 정책 구상안에 "높은 평가"를 하면서 "모든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인 출신인 카스트 후보는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하원에서 4선(2002∼2018년)을 지낸 중량급 정치인으로, 언행과 정치 스타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주요 공약으로는 불법(서류 미비) 이민자 대량 추방, 국경 장벽 설치, 대규모 교도소 건설, 리튬 산업 민영화 등이 있다. 과거에는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의 ‘경제적 유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번 선거운동에서는 피노체트 관련 언급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고, 형은 피노체트 정권의 장관을 지냈다.

AFP 등 외신은 여론의 흐름을 이유로 결선에서 카스트 후보가 더 강한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는 현지 관측을 전했다.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치안·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누적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카스트 후보는 이날 투표 후 취재진에게 하라 후보에 맞서기 위한 보수 세력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학교의 로돌포 디시 정치학자는 "오늘 이후 하라와 카스트 모두 더욱 온건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이야기하고 중도층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변형한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Make Chile Great Again)를 내세우며 막판 돌풍을 일으킨 극우 유튜버 출신 요한네스 카이세르(49) 후보는 4위에 그쳤다. 그는 패배 인정 연설에서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카스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약 20% 득표율로 ‘깜짝 3위’를 기록한 기업가 출신 보수 성향 프랑코 파리시(58) 후보는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올해 대선은 피노체트 정권 종식 이후 처음으로 유권자 자동 등재에 따른 '의무 투표제' 아래 치러졌다. 전체 유권자 수는 총 1570만 명으로, 이전 대선 대비 약 500만 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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