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막 내리는 'KTX-SRT' 경쟁 체제…독점·파업 등 과제 산적

  • 좌석 1만6700석 증대·중복비용 400억 절감 전망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 열차가 정차해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원화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철도 경쟁 체제가 약 1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정부는 좌석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편 해소, 안전관리 강화 등 철도 통합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다시 회귀하는 독점 운영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파업 등 노사 갈등으로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일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내년 말까지 코레일과 SR의 완전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R은 지난 2013년 12월 코레일로부터 분리됐다. 계획대로 통합이 이뤄진다면 양사가 다시 합쳐지는 건 13년 만이다.

정부가 8일 내년까지 코레일과 SR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좌석 수를 늘리고 중복 비용을 절감하는 등 통합에 따른 이득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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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분석에 따르면 KTX와 SRT 통합에 따라 서울역-수서역 교차 운행과 기차 회전율 증대를 통해 주말 하루 기준 전국 고속철도 좌석 수가 현재 대비 1만6690석, 약 6.5%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복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국토부가 2021년 발주한 연구용역에선 통합 시 중복비용을 연간 최대 406억원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대 효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국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코레일 측은 통합 시 좌석 수를 늘리고, 운임 할인이 가능하다고 추산하고 있으나 기관 통합에 반대하는 SR노조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통합이 시행될 경우 경쟁체제 붕괴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요금 인상 압박 등 국민 피해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규 차량 투입, 병목 구간인 평택∼오송 구간 복복선화 등 좌석 부족을 해소할 방안이 이미 추진 중인 상황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점 체계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도 있다. 경쟁 체제를 도입해 고속철도의 서비스 질이 향상된 측면이 있는데 다시 통합되면 서비스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SR이 운영하는 SRT는 코레일 고속철도(KTX)보다 요금이 10% 더 저렴하다. 지난 2016년 SRT가 개통되고 나서 KTX는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코레일과 SR 통합이 실제 이용객인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이 큰 사안임에도 공론화 과정이나 근거 마련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코레일과 SR 통합 관련 공식 간담회는 코레일과 SR, 국토부, 관련 전문가만 참여한 가운데 3차례 개최됐다.

지속되는 철도 파업으로 교통 및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레일 1노조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지만 SR은 상급 단체가 없는 단일 노조 체제다. 통합 이후 노조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되면 파업에 따른 국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경쟁 체제를 유지할 지 통합할 지 여부는 정책적 판단이지만 그 과정이 급하게 진행되면 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과연 통합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경쟁 체제일 때보다 큰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 로드맵을 정교화하는 과정에서 방만 경영이나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 우려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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