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하며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 차모(69)씨에게 금고 5년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사고가 여러 단계로 이어졌더라도 하나의 과실 운전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 상상적 경합을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고인이 재판 내내 주장해온 급발진 가능성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차씨의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항소심이 인정한 금고 5년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사고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6분쯤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직후 발생했다. 차량은 주행 초기부터 제동페달 대신 가속페달이 반복적으로 밟히며 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후 차씨는 도로를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했고, 인도에 있던 보행자 12명을 잇달아 덮쳤다.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차량은 이어 신호대기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충격을 받은 차량이 옆 차량을 재차 들이받으면서 운전자 2명도 다쳤다.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극단적 대형 사고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페달 조작 착오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았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 사고 약 5초 전부터 제동페달 신호가 전혀 인식되지 않은 반면, 가속페달 변위량은 거의 100%로 일정하게 유지된 점 등이 핵심 근거였다.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차량이 인도에 돌진하는 동안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급발진 사고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신호나 패턴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과실 운전으로 판단했고, 사망·상해·연쇄 충격 사고를 각각 다른 범죄로 보아 실체적 경합을 적용했다. 이에 차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사고 발생 경위를 보다 단일한 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잘못된 페달 조작이라는 단일한 운전행위가 시간적으로 연속해 보행자 충격과 연쇄 추돌로 이어진 것”이라며 “동일한 행위의 결과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 형량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법정 상한인 금고 5년으로 낮췄다. 일부 사망자 유족 및 상해 피해자와의 합의는 감경요소로 반영됐지만, 전체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 결론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보행자 사망·상해 사고와 이후 차량 충돌로 인한 상해 사고는 사회관념상 하나의 운전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검찰의 실체적 경합 주장도 배척했다. 피고인이 주장한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원심의 사실인정에 논리와 경험 법칙 위배가 없고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차량 결함 여부를 둘러싼 피고인의 항변은 상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대법원은 사고 발생 방식이 일관되게 ‘단일 경로의 과실’로 확인된 점을 강조했다. 사고 직전부터 차량이 급가속·역주행·인도 돌진·충돌로 이어지는 과정이 재현 실험과 EDR 분석 결과 모두와 부합했고, 피고인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제기한 차량 제동계 결함 및 ECU(전자제어장치) 오류 가능성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차씨는 보험을 통해 사망자 5명 유족 및 4명의 상해 피해자와는 합의했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의 사망자 유족과 1명의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피해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피해 규모가 극단적으로 크다는 점을 양형에서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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