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이 기각된 지금,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제2의 사법 쿠데타’라고 언급했다. 현재의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이른바 사법 개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은,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로 예상된다.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안은 이미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가 위헌적 요소를 내포한다는 입장이지만, 위헌 여부는 필자의 전문 영역이 아니므로 여기서 판단하지는 않겠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갈 경우, 사안이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라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인용 여부에 따라 상황이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기존 재판부가 당분간 재판을 진행하므로 즉각적 혼란은 제한적일 것이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새로 구성되는 내란 특별 재판부가 일단 재판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때는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 기존 재판 과정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가처분은 기각하되 본안 심사에서 국민의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 결과의 정당성 문제까지 대두될 수 있다. 즉, 내란 특별 재판부에 의한 판결이 무효라는 주장이 법리적으로 성립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재판이 중단되거나, 헌법소원 결과 위헌 결정이 나오면 기존 내란 재판의 결과들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 문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카드로는, 법 왜곡죄와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을 들 수 있다. 법 왜곡죄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이지만, 독일에서도 법 왜곡죄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법 왜곡죄를 도입한다면 다양한 논란이 예상된다. '고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사실 조작'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법리 왜곡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판검사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사법권 침해 논란을 넘어 삼권분립 위반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 전담 재판부나 법 왜곡죄 등에 대해 사법부는 물론 법무부 차관까지도 위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해당 법안 및 개정안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안이 있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 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배제를 담은 법안의 재입법 추진 상황을 질문하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영원히 살아 있는 한 형사 처벌하고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까지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란 척결에 반대하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과 민주당이 언급하는 '2차 종합 특검', 그리고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등의 사법부 ’변화 추구‘를 연결해 생각하면, 내란 정국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연좌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속인까지 책임지게 한다'는 부분이나 '영원히 살아 있는 한 형사 처벌'이라는 표현은, 내란 수사를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도 개편까지 결합되면, 그러한 예상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내란 수사가 장기화되면 국민들이 '내란 피로증'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이런 피로증은, 정치와 무관해야 할 내란 척결을 정치적 사안으로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여권(與圈)은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영장 기각 이후에도, 정치인 관련 법원 결정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여야가 법원의 결정을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수호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자신들의 시각으로 사법부의 결정을 재단하려는 시도는 법치의 토대를 흔드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3권 분립 관련 논란이 제기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 구속을 면했다고 무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여야 모두 차분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분명한 것은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 속도가 빠르면, 이런 논쟁적 태도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법부는 이런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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