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쟁은 단순한 환율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투자 증가, 기업의 달러 예치 확대, 연금의 해외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 등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이 복잡해지면서 "누가 환율을 올렸는가"라는 원인 찾기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은 총대 입에서 촉발된 논란...고환율, 누구 탓인가
이 가운데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요즘 젊은 층이 해외투자를 하는 이유가 '쿨하잖아요'라고 답하더라"는 발언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촉발했습니다. 해외투자에 대한 세금 유출 논란이 이어진 직후여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비판까지 더해졌습니다. 정책당국과 개인투자자 간 신뢰의 균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환율 문제의 본질은 '누가 환율을 올렸느냐'가 아닙니다. 고환율 국면이 길어질수록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달러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변동성을 방어하거나 기회를 선점할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이들은 시장 충격을 그대로 감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400원대에 꾸준히 달러를 모아둔 A씨는 환율이 1470원까지 오르면 자연스럽게 평가이익을 얻게 됩니다. 반면 뒤늦게 환전을 고민한 B씨는 같은 금액을 주고도 예전보다 적은 달러를 받습니다. 똑같은 환율 상승이지만,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이유입니다.
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선물환·헤지 전략 등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결제 시점마다 환율 부담이 급등해 더 큰 압력을 받습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는 장기·분산 전략으로 환율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그때그때 시장 변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 변동 예측보다 중요한 건 탄탄한 구조 관리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혹은 언제 꺾일지를 맞히는 것보다 환율 변동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예측형 재테크보다 구조 관리형 재테크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입니다.고환율 국면에서는 무엇보다 환노출(외화자산·외화지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 변동을 감당할 만한 재무 구조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달러가 지금 비싸냐 싸냐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이를 단기적으로 판단해 한 번에 많은 금액을 환전하거나 투자하면 고점에 물릴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정 금액을 정해 정기적·분할 매수 방식으로 달러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평균 단가를 낮추고 변동성을 줄이는 데 더 유리하다고 조언합니다.
달러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고환율 시기에는 달러를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상품'으로 보기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위험 대비용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설령 향후 환율이 다시 내려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외화자산이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율이 오를수록 달러를 버는 것뿐 아니라 달러를 덜 쓰는 것 역시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해외 직구, 해외 구독 서비스, 해외 결제 비중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환변동에 노출되는 금액이 줄어들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해외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주식 비중을 무리하게 늘리면 환차손 위험이 커집니다. 이미 보유 중이라면 비중과 속도를 조절하며 투자 리듬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즉, 고환율 시대의 재테크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내가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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