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서울을 보는 눈, 그리고 한강버스를 둘러싼 촌스러움"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서울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변하는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인식의 낡은 껍질'부터 벗겨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강을 품은 도시가 어디 한둘인가. 파리·런던·부다페스트 모두 강을 중심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강을 세계 관광객의 동선으로 편입시킨다. 그런데 서울에서 한강버스가 등장하자 일부와 일부 기자들은 "쇼맨십이다", "뜬금없는 정책이다"라며 조롱조의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의 평가가 비판이라기보다, '변화' 자체를 경계하는 오래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이 가진 잠재력은 단순한 행정의 기술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도시의 상상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래된 취재 관행 속에 갇힌 일부 언론은 이러한 상상력의 필요성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사를 쓰고, 시민이 아닌 기자 자신들의 감각에 갇혀 판단한다. 그 결과 등장하는 것이 '촌스러운 시각'이다. 촌스러움이란 지역이나 나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자기 세계를 확장하지 못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강버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그랬다.
 오세훈 시장은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서울의 미래는 단순한 건설의 언어가 아니라, 도시의 감성과 문화의 흐름을 재편하는 데 있다. 강북 개발, 종묘 일대의 장기 전략, 그리고 한강을 관광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모두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일이다. 도시를 세계와 경쟁시키려면 강한 추진력과 동시에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리더다. 그가 거물 정치인 김민석을 상대로 자신감을 보인 것도, 상대의 약점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비전이 서울이라는 플랫폼에서 이미 검증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인식이다. 기자 250명이 있는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한강버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서울시는 "혹시 우리가 시켰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는 듯하다. 그 자체가 씁쓸한 대목이다. 언론은 본래 권력을 감시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언론 내부의 집단 심리가 때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일 수 있다. 기자가 기자를 비판하면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점은 쉽게 공격받는다. 한강버스 관련 칼럼이 갑자기 '서울시 대 기자실'의 구도로 비화된 이유도 결국 이 집단심리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자기 확신의 오만이다. 서울은 이미 세계 도시들과 경쟁하고 있다. 관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산업이다. 도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에 대해 최소한의 열린 마음은 필요하지 않은가. 한강을 따라 흐르는 한강버스는 단순히 탈것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세계에 설명하는 하나의 언어다. 언론이라면 그 언어의 의미를 먼저 묻고, 그 다음에 비판해도 늦지 않다.
 서울은 지금 숨을 고르고 있다. 강북 개발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고, 종묘 일대의 미래 전략도 논쟁 속에서 더 선명해지고 있다. 정치적 소음은 일시적이지만, 도시의 비전은 오래 남는다. 문제는 그 비전을 읽어내는 우리의 눈이다. 한강버스를 '쇼'로 보느냐, '미래'로 보느냐. 그 차이가 서울의 10년을 갈라놓는다. 변화는 늘 불편함을 수반하지만, 불편함을 두려워하는 도시가 세계와 경쟁할 수는 없다.
 서울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는 분명하다. 질문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과연 그 속도를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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