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기반을 둔 두 기업에 최대 7만개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 과정에서 여러 국가와 연달아 거래를 체결하면서 엔비디아가 외교·무역 협상의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이 UAE 국영 AI기업 'G42'와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에 각각 최대 3만5000개의 엔비디아 'GB300' 서버(또는 동급 제품)를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는 칩이 중국이나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각종 안전장치와 사이버보안 규정이 포함됐으며,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한다.
WSJ는 이번 승인 조치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국영 기업에 대한 직접 수출에 반대해 온 일부 행정부 인사들의 입장과는 상반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경쟁에서 뒤처진 중동 국가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가운데 이번 승인이 이들에게 큰 성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수출 허가 절차 역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기업은 수개월째 상무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중동·기타 지역 대상 칩 수출 제한 계획을 폐기하고, 기술 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조치도 준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내내 기술 수출을 무역 협상과 외교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이는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는 사우디·UAE 등 중동 국가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승인으로 미국의 AI 지배력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엔비디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무역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이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한 국가들에 원전 기술을 제공했던 것처럼, 분쟁을 종식한 국가들에 AI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 대상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포함된다. 두 국가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이후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양국 당국자들을 만나 AI 및 미래 기술 교류를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 카자흐스탄도 엔비디아 반도체 기반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2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발표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돈독해진 관계에도 주목하면서 이 둘의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와 재계 간 관계 중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와 UAE를 상대로 한 2천억달러 규모 반도체 판매 계약 체결을 도운 바 있다. 소식통들은 NYT에 거래는 AI 반도체를 외교 도구로 사용하는 모델이 됐다고 전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보잉 항공기 등 전략 제품 판매를 통해 외교 관계를 강화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AI 반도체 협력을 새롭게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시 디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어떤 단 하나의 관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를 정의하지 못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에 걸쳐서 수많은 재계 리더와 긴밀한 사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행정부가 역사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 재계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런 관계가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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