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는 쫓겨나고, 중남미에서는 몰려들고…붐비는 멕시코 남부 도시 '타파출라'

  • 미 이민세관단속국, 가장 먼 남부도시로 추방

불법체류자의 자진 출국을 권유하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X구 트위터 게시물 사진ICE X
불법체류자의 자진 출국을 권유하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X(구 트위터) 게시물. [사진=ICE X]
멕시코 최남단 주요 도시로 꼽히는 타파출라가 붐비고 있다. 미국에서 추방된 멕시코인과 중남미에서 자국을 피해 멕시코로 넘어오는 난민까지 몰린 탓이다.

9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타파출라 국제공항에는 9월 기준 주당 2회씩 전세기를 가득 채울 정도의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추방돼 이곳에 도착하고 있다. 본래 지난 2월에는 주 1회였던 것이 지난 8월 일 1회로 늘었다가 다시 줄어든 것이다. 신문은 올해 1~7월 기준으로 멕시코로 추방된 사람이 전년 동기 대비 50%가 늘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항공편을 통해 멕시코로 추방된 사람의 85%는 남부 타파출라와 비야에르모사에 도착했다. 미국 본토에서 거의 3000㎞ 떨어진 멕시코 최남단 도시로 보내는 것이다.

타파출라가 있는 치아파스주는 멕시코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힌다. 타파출라는 이 지역에서는 국제공항이 있는 주요 도시지만 인구 35만에 그치는 작은 규모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에서 추방되는 사람들과 중남미에서 자국을 탈출해 북상한 난민들까지 몰리면서 오히려 붐비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의 이민 규제가 강력해지면서 멕시코에 도착한 난민들은 미국으로 넘어가기를 포기하고 멕시코에 남기를 희망해 타파출라 등 주요 도시 입장에서는 이민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다.

신문 측이 추적 관찰한 한 추방 이민자 그룹은 글로벌X라는 전세기를 타고 타파출라에 도착했다. 이들은 타파출라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고 시내 올림픽 축구 경기장으로 이송된다. 그곳에서는 멕시코 이민국 요원들이 '리셉션 센터'라는 이름의 군용 막사를 치고 입국 절차를 지원한다. 경기장 안에는 중화기로 무장한 군경 요원들이 있으며, 음료와 담배를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멕시코인들은 출생증명서 등이 없는데 현장 요원들이 발급을 도와준다. 도착한 이들은 멕시코 정부로부터 2000페소(약 16만원)가 담긴 직불카드를 정착금으로 받는다. 이외에도 백신접종, 건강검진, 샤워 등을 할 수 있다.

추방된 멕시코인 중에서는 거의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 스페인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극심한 근심에 빠진 사례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추방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멕시코 남부 출신도 아니다. 운이 좋은 사람은 멕시코 북부 등에 있는 가족이 내려와 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지만, 가족이 미국에 남아 있는 경우에는 혼자 도착해 정부 버스를 타고 북부에 있는 수도 멕시코시티로 이동한다.

멕시코 중부 산루이스포토시 출신인 마빈 로블레도 로드리게스씨(43)는 미국에서 8세부터 35년을 살았고, 최근에는 뉴저지에서 거주했다. 그는 싸움에 휘말려 구속됐다가 판사가 CCTV를 확인한 뒤 풀려났다. 하지만 그 직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다시 잡혀 추방됐다. 뉴저지에는 7살, 11살 두 아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신문에 "스페인어 실력이 서툴러서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지붕 기술자로 3년 일하다가 추방된 니콜라스 페레스씨(35)는 "내 나라에 돌아와 기쁘다"면서 "다시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지난달 기사에서 타파출라에서 출발해 멕시코시티로 걸어가는 중남미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신문은 이른바 '트럼프 효과'라 불리는 미국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남미 캐러밴 난민들이 미국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짚었다. 신문이 추적한 1000명 규모의 캐러밴 난민 그룹은 대부분 쿠바인들로, 트럼프 정부 이민정책 이후 쿠바인들의 인기 목적지인 플로리다 대신 멕시코에 남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타파출라에서도 거주하려면 1000달러(약 146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이들은 북부로 걸어서 이동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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