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퀀텀점프] 성공한 기업가보다 성공한 관료 많은 사회…규제·문화 함께 바꿔야

  • 투입·성과 간 격차…지표 상승에도 효율 낮아

  • 청년층 도전 제한하는 보상·위험 구조 불균형

  • 기득권 우선·중첩 규제가 혁신 생태계 약화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8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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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8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표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순위는 높아졌으나 창업과 성장, 글로벌 진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제도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노력 대비 성과 개선이 어렵다"며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와 실패 부담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세계은행 등의 2019~2023년 기업가정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I)’를 산출한 결과 2023년 기준 한국의 GEI는 107.0으로 5위를 기록했다. 미국(109.2)·스위스(108.6)·오스트리아(107.3)·캐나다(107.1)가 한국보다 앞섰고 한국은 2020년 8위, 2021년 10위, 2022년 7위로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투입 요인에서 한국은 정부 정책(3위), 기술(2위) 등 상위권이었지만 성과 지수는 10위에 머물며 불균형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지표와 실적 간 격차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배태준 한양대 창업융합학부 교수는 "한국은 유니콘 기업 숫자만 보면 세계 11위 수준(CB 인사이트 기준)이지만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인구 100만명당 비율은 0.27개로 세계 23위"라며 "경제 규모와 지원 수준에 비해 실질 성과가 부족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배태준 교수는 청년층에 기업가정신 발현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를 '위험 대비 보상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젊은 인재들은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보다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할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은 성공 시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명예·영광·주변의 인정 등 다른 커리어로는 얻기 어려운 비금전적 대가가 뒤따르지만 한국은 성공해도 그 정도 수준의 비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체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규제의 양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한국의 규제 시스템은 여전히 '원칙금지-예외허용' 구조(법령상 명시된 경우에만 허용되고 그 외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방식)여서 새로운 시도는 정부 허락 없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규제는 누적되는 경향이 강해 기업이 혁신을 시도할 때마다 각 부처별 허가권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규제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 교수는 "신기술을 통한 신사업이 기존 산업과 충돌할 때 한국은 '기득권'에 우선권을 주는 경향이 있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소송 등을 통해 조정이 이뤄지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예를 들어 렌터카를 활용한 여객 운송을 금지하는 내용의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타다 측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2021년 6월 전원일치 '합헌' 결정에 타다는 결국 기득권인 택시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정부가 전략산업을 지원할 필요는 있지만 정치적 논리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타다 사례는 불확실성이 기업 활동을 얼마나 제약하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규제 외부 환경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고광용 실장은 "창업 실패가 곧 신용불량이나 연대보증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바꿔 한다"며 "개인연대보증 폐지, 회생·신용회복 절차 간소화, 재창업 지원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사회는 실패를 처벌하지 않고 제도가 예측 가능하며 성공에 합리적 보상이 돌아가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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