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G20 남아공 회의 '보이콧' 선언..."백인 농민 박해 국가" 퇴출 시사

  • 내년 G20 초청 배제 가능성도...난민정책에서도 남아공 백인 우대 입국 허용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스위스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스위스 연방 대통령 카린 켈러-슐터와 연방평의회 위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스위스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스위스 연방 대통령 카린 켈러-슐터와 연방평의회 위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하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사실상 전면 보이콧 선언하며, 남아공의 G20 퇴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남아공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미국 당국자들이 올해 G20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당초 참석 예정이던 J.D. 밴스 부통령도 불참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정부가 네덜란드계 정착민 후손인 '아프리카너'들을 박해하고 있다며 이들이 토지 몰수·폭력·살인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백악관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도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과 토지수용법이 백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면박을 준 바 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여전히 남아공 내에서 백인의 생활 수준이 높다며 반박했고 토지 압수법은 미국의 강제수용권과 유사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남아공 정부가 백인 농민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제기하며 남아공의 G20 개최를 비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G20 퇴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남아공은 더 이상 G(20)그룹에 속해선 안 된다.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곳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지 않을 것이다. 남아공은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오는 22~23일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대변인은 BBC에 이달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G20에는 회원국 제명이나 공식 퇴출 절차가 없어, 미국이 내년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마이애미의 도랄 골프 리조트에서 열릴 G20 회의에 남아공을 초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센터(FPC)의 앤드루 가우소프 박사는 "어떤 국가가 퇴출당한다면, 해당 연도 G20 주최국이 그 국가를 초대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머지 회원국 간 합의가 없다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남아공 비판은 난민 정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간 난민 수용 한도를 1만2500명에서 7500명으로 대폭 축소하면서도 남아공 백인을 우대해 입국을 허용했다. WP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간 7500명 수준의 난민 수용 한도 중 7000명을 백인 남아공인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남아공 정부가 백인 농민을 박해하고 있다는 트럼프 측 주장에 근거한 조치였다.

하지만 남아공 정부는 "백인 학살 주장은 허구"라며 반박했다. 남아공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농장 살인사건 6건 중 5건의 피해자는 흑인이었고, 이전 분기 역시 피해자 12명 중 백인은 단 1명뿐이었다. 남아공 법원도 지난 2월 백인 대량 학살설에 대해 "명백한 상상"이라며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난민단체 글로벌 레퓨지의 그리쉬 오마라 비그나라자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수단 등 위기 국가의 난민보다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것은 (난민) 프로그램의 목적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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