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감축했는데 철근 또 줄여라…정부 철강 대책에 업계 '화들짝'

  • 철강 기업들, 철강산업 고도화 대응책 모색

  • 건설 경기 악화에 범용재 감산했는데

  • 조정 노력 부족하다 보고 중점 대상 선정

  • 잇따른 미국 투자...대미 투자 펀드 지원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철강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실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철근 등 범용재 생산 축소를 압박하면서 '당근' 역할을 할 확실한 자본적 지원이나 트럼프 관세 장벽 돌파를 위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 국내 주요 철강 업체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부가 이날 발표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습에 이어 트럼프·유럽연합(EU) 관세 장벽까지 더해져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는 15%까지 낮췄지만 철강은 50% 고관세가 유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의 철강 산업 종사자들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건설 경기 악화로 주요 철강 업체들은 연초부터 범용재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건설용 봉형강(철근·H빔) 수요 급감을 이유로 지난 6월 포항 2공장에 대해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동국제강도 지난 7~8월 한 달여에 걸쳐 국내 최대 철근 단일 생산시설인 인천 공장을 멈췄다. 창사 이후 7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감산 노력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철근을 설비 조정 중점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설비 휴업·폐쇄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일본산 봉형강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감산한다고 지름 10㎜ 철근 유통가가 손익분기점인 t당 80만원 선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악에는 중국산 저가 후판에 조선업이 잠식된 것처럼 국내 철강 점유율이 높았던 건설업마저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기강판과 차량용 고급강판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포스코와 특수강 중심인 세아베스틸은 정부의 범용재 감산 정책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전기강판, 특수강 등에 대한 신성장 원천 기술 지정과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기로 한 점은 실적 회복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하이렉스' 등 국내 수소환원제철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업계 지원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발표"라며 "향후 추가 지원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 장벽 돌파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이고, 포스코는 미국 2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분 투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가 조선업뿐 아니라 철강업에도 충분히 배분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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