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은행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 근무제 논의와 함께 금요일 조기퇴근제를 도입하며 금융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은행들은 매년 점포 수도 줄이고 있는 만큼 점차 대면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응책으로 탄력점포를 운영한다지만, 이마저도 은행마다 영업시간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金 조기퇴근, 4.5일제 등…금융노조 합의, 언제부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조만간 근무 체계에 또 새로운 변화를 맞습니다. 전날 금융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오랜 협상 끝에 2025년도 임금협약 등을 체결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현재 금융노조에는 17개 은행을 비롯해 금융공기업 9개 등 총 39개 기관이 소속돼 있습니다.
이번 협약에는 주 4.5일제 도입 논의와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 시행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의 경우 은행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별도 합의를 거쳐 시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단 고객 불편과 인건비 증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조기퇴근제의 전제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조기퇴근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은행의 근무 체계가 변하는 한편 자칫 금융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금융노조가 주 4.5일제 도입 등을 강력히 주장하며 총파업을 진행하자, 대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것도 이러한 점과 무관치 않습니다.
현재 노사는 주 4.5일제를 당장에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합의안에는 주 4.5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수준의 내용만 담겼습니다. 이를 위해 양측 관계자가 참여하는 ‘주 4.5일제 도입 태스크포스(TF)’도 꾸릴 예정입니다.
추후 실제 주 4.5일제가 현실화한다면 금융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은행은 매년 점포 수도 줄여가고 있는 만큼 사실상 물리적인 공간에 더해 영업시간까지 점차 줄이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국내에 있던 점포 937개의 문을 닫았습니다.

비대면 강화 흐름…銀 탄력점포 운영 최대 5시간 차 ‘혼돈’
이처럼 은행이 점포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점포 수를 축소하는 등의 비대면 강화 움직임은 불가피한 흐름이 됐습니다. 은행들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 시간대를 다양화한 탄력점포를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아직 탄력점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은행도 있고, 은행마다 운영하는 시간이 모두 달라 소비자는 탄력점포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탄력점포 형태로 운영하는 건 일부 지점일 뿐더러 모든 종류의 업무가 처리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요 은행의 탄력점포 폐점 시간은 최대 5시간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여섯시은행(9To6 Bank) △애프터 뱅크(To 5 Bank) △점심시간 집중상담 지점을 운영합니다. 이르면 오전 9시부터 늦게는 오후 6시까지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다른 기관과 연계된 업무는 시간에 따라 일부 제한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은 대부분 무인점포로 화상상담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입니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말부터 무인점포 ‘이브닝플러스’ 운영 시간을 기존 오후 8시에서 1시간 늘렸고, 주요 은행 중에선 가장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당 지점 내 비치된 디지털데스크 기기를 통해 금융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하나은행은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요영업점’을, 우리은행은 무인점포 ‘디지털 익스프레스’ 19개소를 운영 중입니다. NH농협은행은 △얼리 뱅크(Early Bank) △애프터 뱅크(After Bank)로 나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 시간을 다양화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의 변화와 동시에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면보단 비대면 영업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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