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과정을 진전시킬 수 있는 회담이라면 환영"이라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배석한 아니타 히퍼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EU를 대변할 수 있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푸틴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 등 추가 질의에는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게 아니므로 가정적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EU는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사실상 외교적 소통을 단절하고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헝가리의 환대를 받으며 EU 영토에 발을 들이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그 자체로 EU의 외교적 노력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EU 회원국 간 '불협화음' 시그널을 발신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이내에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이번 미·러 정상회담 관련해서도 헝가리는 일찌감치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유럽 국가 중 홀로 환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이 성사된다면 전쟁범죄 혐의로 그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EU 방문이기도 하다.
헝가리는 지난 4월 ICC 탈퇴를 선언했으나 실제 탈퇴 적용 시점은 1년 이후인 내년 4월부터다. 원칙적으로는 다른 ICC 로마조약 당사국과 마찬가지로 푸틴 대통령이 입국 시 ICC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의 ICC 검사 제재에 공개 우려를 표명하고 ICC의 독립성과 영장 집행을 지지해온 EU로선 체면을 또 한 번 구기게 되는 셈이다.
집행위도 이날 관련 질문에 "모든 회원국은 체포영장 집행을 포함해 ICC와 완전한 협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2023년 EU 정상회의 결론을 상기한다"고 전했다.
또 "헝가리의 로마조약 서명 철회(탈퇴)는 비준 1년 뒤 발효된다"며 "분명한 것은 탈퇴 선언 이전에 발생한 ICC 조사 등에 대한 당사국의 협조 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헝가리의 영장 집행 의무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헝가리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문제 없이 자국에 입국하도록 러시아 항공편 비행을 금지하는 EU의 제재에 예외 조치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전세기·전용기를 포함한 러시아 항공기의 EU 영공 진입을 금지했지만 회원국 차원에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영공 진입을 예외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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