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2심을 부분 파기환송하면서 SK그룹은 경영권이 흔들리는 위기를 넘기게 됐다. 총수 개인의 가정사가 그룹 전반에 충격을 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AI)과 고부가가치 반도체 중심의 성장 전략을 지속하면서 석유화학·배터리 등 위기 사업에 대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면서 SK그룹 내에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심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이 지주사인 ㈜SK(17.90%)와 SK실트론(29.4%), SK케미칼(3.21%) 등 계열사 주식으로 이뤄져 있어 경영권 분쟁이나 유동성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사업상 필요 등으로 인해 지난달 기준 보유한 ㈜SK 주식의 절반가량(54.98%)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SK 주가 상승으로 인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양은 연초와 비교해 크게 줄었지만 4대 그룹 총수 중에선 여전히 가장 높은 수치다. 추가 대출을 받더라도 1조38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지분율은 25.46% 정도다. 만약 최 회장이 재산분할을 위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각하게 되면 지난 2003년 소버린 사태처럼 해외 투기자본이 SK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이슈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국가 기간 산업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받는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최 회장이 추진해온 AI와 반도체를 통한 SK그룹 신성장 전략과 석화·배터리 사업 리밸런싱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최 회장은 2030년까지 AI·반도체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미래 성장 전략'을 직접 제시한 바 있다. 지난 6월 빅테크인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7조원 규모 울산 AI데이터센터 구축에 착수했고, 지난 1일에는 오픈AI와 D램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장 규모의 메모리 공급 협약을 맺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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