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미·중 무역전쟁과 트럼프·시진핑의 APEC 담판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지니는 상징성은 크다. APEC 행사가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고,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마주 앉아 담판을 짓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4년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기인 2019년 이후 6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게 된다는 점에서도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정상인 트럼프와 시진핑은 구면이다. 트럼프 1기에도 한차례 무역전쟁을 벌인 바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불편한 관계이다. 그들이 이번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미·중 양국 간 발생했던 일들을 복기해보자.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던 트럼프 1기부터이다. 트럼프는 오랜 기간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누적된 것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2년간 중국과 관세 보복을 통한 무역전쟁을 벌였으며, 중국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환율조작국’이란 히든카드까지 빼 들어서 중국을 압박하였고,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끌었다. 중국이 미국에 손을 든 형국이었다.
 
그 이후에도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중국 IT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규제정책을 발표했으며, 그 기조가 바이든 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세계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G2 국가가 된 이후, 미·중 패권경쟁이 시작되었다. 시진핑 정부의 대국굴기와 ‘중국제조 2025’ 정책이 미 정부를 자극하여 대중국 봉쇄정책이 한층 강화되어왔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지 벌써 50년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현재 세계패권국인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른바 다극 속의 양극체제가 형성되어 있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고 미·소 냉전체제가 종식되자,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혁·개방의 물결을 따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확장에 힘썼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는 여전하며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강력한 국가로 부상했다. 이 점이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든 부분이다. 현재 미 정부는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전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쿼드(Quad), 오커스(AUKUS),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했다. 경제적으로도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을 시도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대중국 반도체 봉쇄정책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하자 미국 우선주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동맹국은 물론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했으며, 지경학 수단 중 하나인 관세보복 정책으로 기선을 잡고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정책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아직 동북아지역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봉쇄정책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미·일 동맹을 중요시한다. 대중국 견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을 방문하기 이전 일본에서 2박 3일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최근 일본 자민당은 신임 총재로 다카이치를 선출하였으나, 자민당과 공명당 간의 연정 붕괴로 국회에서 차기 총리지명 선거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일본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일본은 동북아지역에서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동북아에서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러시아·북한을 견제하려고 하며, 이번 APEC 방문 시에도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을 비판하고 있으며,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트럼프 2기 정부에 ‘강 대 강’의 정면 승부를 걸고 있다. 중국은 APEC 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및 관련 기술 수출통제 강화,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등의 히든카드를 활용하여 트럼프 정부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도 100% 추가 관세 부과, 핵심 소프트웨어 대중 수출통제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는 상황이다.
 
희토류 문제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사실상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 대두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 중서부의 대두 생산지역은 트럼프 정부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으로 대중국 수출이 중단될 경우, 내년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게 된다. 시진핑 정부가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신감은 ‘중국제조 2025’ 정책이 성공하여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무역 회담을 4차례나 진행했으나 아직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시진핑은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에서 보여주었던 북·중·러 정상 회동을 계기로 북·중·러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브릭스(BRICS)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규합하여 반미국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와의 회담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경주 APEC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독립’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미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역대 미·중 정상회담에서 핵심 이슈로 제기되어 왔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어려운 사항이다.
 
경주 APEC에서 벌어질 트럼프와 시진핑 간 세기의 담판이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정책인 만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로 한국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14일 중국 정부가 필리조선소 등 한화그룹의 미국 계열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는 중국의 지경학 차원의 보복이며,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조선업이 트럼프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데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중국 측이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계기로 한·미 간 경제 및 군사적 협력관계가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속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국익을 챙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3,500억 달러 투자 문제를 한국경제 현실에 맞도록 조정해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최근 북한 김정은이 핵 무력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에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향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트럼프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중국제재에 관련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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