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특수 효과로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아울러 4분기에도 반도체 '장기호황(슈퍼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2%, 영업이익은 31.81%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분기 만에 '10조원 클럽'을 다시 넘어 12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반등의 핵심은 반도체 사업에 있다. 이번 발표에서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5~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2분기 4000억원 대비 10배 넘게 실적이 반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 D램, 낸드(NAND)플래시 등을 담당하는 DS부문 메모리사업부는 7년 내 분기 최대 매출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범용 D램 가격이 상승했고, HBM 출하량이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우선 메모리 사업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범용 D램은 3분기 들어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건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DDR4는 가격 급등으로 DDR5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범용 D램 가격 급등 원인은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서버용 고성능 D램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삼성전자의 HBM을 찾는 고객사도 꾸준히 유지됐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AMD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이 꾸준히 공급받고 있으며, 브로드컴,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주문이 대폭 늘어났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해 범용 D램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숙원이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퀄 테스트)도 3분기가 끝나는 9월 말 통과했다.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개시되면 향후 실적 상승에 기여하게 된다.
비메모리에 속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도 영업적자가 올 2분기 2조5000억원에서 3분기 1조원 미만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채 연구원은 "파운드리는 7나노 이상 성숙 공정에서 신규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상승 중"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줄어들면서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최근 IBM의 차세대 서버용 칩과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용 칩을 수주하며 고객사를 늘린 점도 실적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4분기에 이어 적어도 내년까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AI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HBM 외에도 범용 D램의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HBM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낸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내년 실적은 D램 수익성 개선과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에 따른 DS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 53조5000억원을 기록, 지난 2018년(58조8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