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명 DB자산운용 대표는 "딸이 삼성전자를 산다고 해서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라고 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AI발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도체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자산배분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관철한 것이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가 추세적으로 상승 구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불과 1년 전 삼성전자가 '4만전자'까지 떨어졌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한 종목에 베팅해서는 그렇게 큰 변동성을 좀처럼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오를 경우 코스피 지수의 상승도 자명하기 때문에 ETF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기는 언젠가 반드시 온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활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고수했다. 박 대표는 "미국 주식의 성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수익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지만 밸류에이션 부담도 인정해야 한다"며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자산배분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용명 대표는 DB자산운용의 자산배분 역량을 더욱 강화해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이다. 긴 시간 동안 자금을 운용해야 하고 노후자산을 지키기 위해 원금 보장이 중요한 퇴직연금은 자산배분 전략이 특히 중요한 영역이다.
DB자산운용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퀀트 전략을 기반으로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신설된 GIS(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솔루션)본부에는 이를 위한 데이터 리서치 담당 전문 인력과 프로그래밍 전문 인력이 함께한다. 지난해에는 박 대표의 지휘로 AI전략TF도 조직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TDF는 차별화의 성과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지난달 23일 기준 TDF 2030 9.13%, TDF 2040 11.56%, TDF 2060 13.30%로 우수하다. 주식 비중이 적은 빈티지 2030 상품의 경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배당을 강화했다. 빈티지 2060 상품의 경우 성장주에 초점을 맞춰 기대수익률을 높였다.
개별 자산의 운용 역량도 키우고 있다. 특히 DB자산운용의 채권본부 운용수익률은 자랑할 만하다. 박용명 대표는 "국내 기관 다수의 채권 운용을 맡고 있고, 지난해 운용하는 기관 대부분에서 톱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자산배분에서 채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채권 운용역량은 장기투자인 퇴직연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부문의 성장세도 우수하다. 박 대표는 "올해 들어서 대체투자 부문에서만 약 2조원 정도 추가로 약정액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DB손해보험과 DB생명의 운용자산이 DB자산운용으로 이관되면서 인력이 함께 이동했는데 이를 통해 대체투자에 강점이 있는 DB손해보험과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배분'과 함께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소통'이다. 박 대표는 "법인·개인 고객들의 재무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한 퇴직연금 운용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판매자들이 주로 연금 컨설팅을 해왔지만 DB자산운용은 자사 상품을 직접 설명하는 '다이렉트 컨설팅'을 통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사의 자산배분 시뮬레이션 툴인 '케플러'를 각각 전문가, 개인 고객, DB형 퇴직연금에 특화된 세 가지 버전으로 상용화해 시장과의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고객들은 케플러를 통해 투자상품의 성과뿐 아니라 GIS본부의 전략 보고서 등 투자 전략 근거를 확인하고 맞춤형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수십 년 자본시장에 몸담아온 결과 투자의 핵심은 분산과 장기투자"라며 "이제는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자산운용사가 전문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DB자산운용이 그 길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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