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허세가 먹혔다?…'가자지구 휴전 합의 1단계'서 빛난 협상 스타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휴전 합의 1단계를 이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특유의 협상 기술이 빛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으로는 △불안감을 활용한 압박 극대화 △디테일이 생략된 메시지를 통한 주도권 확보 △상대의 취약한 상황을 파고드는 집요함 등으로 크게 요약된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특한 방식으로 교착된 협상을 풀어냈다"면서 9일(현지시간) 스타일을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가자지구 개발 및 주민 이주라는 '충격적인 제안'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지만, 당사자와 주변국이 수긍할 만한 평화 구상을 토대로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BBC는 그의 평화 구상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크게 다르진 않았음에도 허세나 과장된 발언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기 재임 당시 북미 대화 과정을 조명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규정하는 등 압박해 북한과의 갈등을 극한으로 몰고가는 듯했으나, 결국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BBC는 "과정은 어지러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 이것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가르치는 외교 방식과는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사례, 이 순간에 한해서는 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예측불가능한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특히 외신들은 지난달 9일 일어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이 휴전 협상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분수령이 됐다고 봤다. 당시 이스라엘이 카타르에 머무는 하마스 주요 인사들을 표적 공습해 주변 아랍국들의 반발을 불렀으나, '언제든 이스라엘의 군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아랍국들의 우려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랍국들이 안보 위협을 느끼게 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해 전략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등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한 뒤 20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화 구상을 직접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며, 직접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토록 했다. 프랑스 24방송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에 '백지 수표'를 주던 태도를 바꿔 네타냐후 총리의 팔을 비튼 것"이라고 보도했다. 즉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강조했지만, 뒤에서는 카타르 공격을 계기 삼아 아랍국들의 단결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밀어붙이기' 전략도 성공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마스는 지난 3일 이스라엘 인질은 석방하지만,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일부 유보적 답변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합의 수용'이라고 포장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마스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나는 그들이 영구적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는 글을 적어 압박 수위를 높였다. AP 통신은 "하마스의 반응은 분명히 '일단 알겠다. 그러나"라는 반응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로 받아들여 하마스를 비난할 수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프랑스 24도 "트럼프 대통령은 디테일을 따지는 데 매달리기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재자들이 신속히 합의를 타결하도록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 역시 제기됐다. 두 사람은 가자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쿠슈너와 블레어 전 총리의 도움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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