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올곧은 정치인일수록 이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름대로 소신과 진정성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간다. 이런 정치인은 목표도 늘 명확히 한다. 그러면서 항시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결론을 통해 국민과 나라의 근심을 없애려 노력한다.
3선의 국회의원, 재선의 평택시장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는 정장선 시장의 '정치여정(政治旅程)'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꼭 30년 전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한 정치 활동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애민철학과 소신'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이런 평가는 그동안 정 시장이 남긴 정치적 역정을 되짚어 보면 더욱 선명하다. 정 시장은 1995년 제3대 경기도의회 의원(무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립(而立) 37세에 정치적 독립을 이룬 셈이다. 이후 재선을 거쳐 2000년 16대 평택을 지역 국회의원에 당선,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원내 당내 중책을 맡아 능력을 발휘하여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았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건설교통위원회 간사로 활동했고, 2004년 11월 10일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즉 이른바 평택지원특별법을 발의했다. 지금의 평택 발전에 초석을 놓은 것도 이때부터다.
2008년 3선 고지에 올라서는 2010년까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2011년 민주당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국회선진화법 제정에 앞장섰다. 정 시장은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을 정치여정 중 최고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모든 역량과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정 시장이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 지지자들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치 입문 이후 최고 정점에 오른 정 시장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유는 당(黨) 내분과 한나라당과의 갈등, 심화된 정치의 양극화, 그에 따른 '국회마비' 등 절망으로 치닫는 현실정치에 대한 회의(懷疑)였다. 그렇지만 정계은퇴는 아니었다. 대신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8년 자신을 키워준 평택 지역발전에 남은 정치 인생을 쏟아붓겠다며 평택 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이후 2022년 민선 8기 재선에 성공했다. 정 시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중앙정치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굵직한 정책들을 의욕 있게 추진하며 평택 미래 발전을 견인해 왔다. 재임 8년차, 2018년과 비교한 평택의 발전상을 짚어보면 더욱 눈부시다. 2018년 약 49만 명이던 인구가 불과 7년 만에 65만 명으로 늘었다.
전국 대도시 가운데 출산율 1위, 혼인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층 비중도 가장 높아 인구 구조의 역동성이 도시 경쟁력을 갖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도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기 내내 정 시장이 박차를 가한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 유치 성공이다. 고덕국제신도시에 4기까지 가동 중이며 향후 5기·6기 라인도 계획되어 있다.
아울러 LG전자, 현대·기아차, KG모빌리티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평택을 중심으로 집결하는 효과를 보았다. 지역 총생산(GRDP) 규모도 급상승, 2022년 기준 평택은 경기도 내 4위를 기록해 용인을 앞섰다. 지금은 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수소항만(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 수소 모빌리티 특화단지 구축도 정 시장의 지적이다.
산업의 발전만 도모한 것이 아니다. 평택은 산업 못지않게 안보에서도 독보적 위상을 갖췄다. 현재 미군 험프리스 기지에는 주한미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를 비롯해 미 8군, 미 2사단, 주한미군 특전사령부 등이 주둔해 있다.
거기다 오산 공군기지에는 미 7공군뿐 아니라 한국 공군의 작전사령부와 미사일사령부, 방공관제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해군 2함대 사령부도 있다. 물론 국가적 안보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정책들이다. 하지만 정 시장은 이런 위상을 갖추는 데 지자체로서 배전의 노력을 경주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에도 정 시장의 노력은 빛났다. 카이스트 캠퍼스가 고덕 프레시티 산업단지 내에 설립될 예정이다. 아주대학병원 역시 평택 입주가 확정돼 있다. 평택이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니라 연구·교육·의료까지 융합된 미래형 도시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시장 재임 중 교통 인프라도 상전벽해를 이뤘다.
현재 SRT가 운행 중이며 내년에는 KTX가, 2028년 GTX-A, 2030년 GTX-C 노선이 차례로 연결될 예정이다. 이때문에 정 시장은 역대 평택시장 중 전무후무한 치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정 시장이 민선 8기 임기를 마침과 동시에 정계를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볼 때, 정 시장은 지금이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가 틀림없다. 요즘 "30년 정치 여정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며 평정심이 최고여서 더욱 그렇다. 새롭게 맞이하는 정 시장의 나날들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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