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2일 전체 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회의 진행을 방해한 국회 선진화법 위반"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 "직권남용이자 입틀막 하는 폭거"라고 받아쳤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부터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의 시작 전 추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정치공작, 가짜 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철거하라 명령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 의사진행 발언권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반발이 이어지자, 추 위원장은 나 의원을 비롯해 송석준·조배숙 의원에 대한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상임위원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리느냐"고 항의하며 발언권 요청과 함께 퇴장 명령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추 위원장은 "두 발로 걸어가면 된다"며 "검찰개혁이 되면 큰일 나느냐.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하자 나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사 진행에 협조도 하지 않으면서 발언권을 달라고 하면 말이 되느냐. 법사위가 나 의원의 정치 투쟁장이고 선동장인가"라며 정회를 선언했다.
추 위원장은 한 차례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를 속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추 위원장이 나 의원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지 않자 위원장석으로 가 항의를 이어갔다. 추 위원장이 나 의원을 향해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나 의원은 "이런 법사위가 어디 있나. 발언권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후 국민의힘 위원들은 회의장을 이탈했고 추 위원장은 또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회의를 재차 진행한 추 위원장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회 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이자 위력을 행사했다.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오전 회의를 종료했다.
나 의원은 회의장을 이석한 후 "의사진행 발언권도 주지 않고 박탈한 건 의회 역사에 없는 일"이라며 "본인들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우리가 의사를 표시하면 입틀막 한다. 민주당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 역시 "한꺼번에 세 명을 퇴장시키는 건 헌정사 초유의 사태"라며 "폭거를 넘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오전 회의 종료 후 서영교 의원 역시 "나 의원의 방해 행위는 엄연한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라며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살펴보려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이유는 해당 의혹을 가리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현희 의원도 "오늘 청문회는 전 정권에서 당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 죽이기에 앞장선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목적이었다"며 "국민의힘이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한 건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부정부패를 덮는 데 앞장선 정치검찰에 동조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오후 2시께 시작된 회의에서도 여야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무법 시위, 야당 의원 입틀막. 국회 역사 최초 野 3인 동시 퇴장. 국회선진화법 빙자한 막무가내 의회 독재'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추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주진우 의원의 발언 종료 후 추 위원장이 나 의원에 대한 발언권을 박탈, 박균택 의원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자 나 의원은 "제 발언 시간"이라고 항의했다. 추 위원장은 "오전에 한 소행 잊은 것 아니냐"고 답변하며 박 의원의 발언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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