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광선 타고 극락세계로…日불화판화 명품 70여점 만난다

  • 고판화박물관서 특별전

  • 국가유산청 한일수교 60주년 기념

  • 애니메이션 같이 기발·유쾌한 장면

  • 백제서 보낸 日첫 불상 판화도 공개

영접만다라 사진고판화박물관
영접만다라 [사진=고판화박물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말하자, 황금빛 광선을 타고 극락세계로 향한다. 축제라도 열린 듯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져 흥겹다. 일본 에도시대 불교 판화 <영접만다라>에는 임종을 앞둔 이를 마중 나온 아미타 부처가 중생을 황금빛 초고속 열차에 태워 극락으로 인도하는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기발하고 유쾌하면서도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있음을, ‘노는 입에 염불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황금빛 극락의 길이냐 지옥 길이냐…"잘 살아야겠다"
호지염불행자도 사진고판화박물관
호지염불행자도 [사진=고판화박물관]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이달 20일부터 ‘불교 목판화의 꽃-일본 불화판화 특별전’을 통해 엄선한 일본 불화 판화 70여점을 선보인다. 국가유산청의 ‘2025 생생국가유산사업’으로 선정된 이번 특별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불화 판화는 신도들이 가정에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한 그림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불교 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집집마다 걸어둘 정도로 생활 가까이에 머물렀다고 한다. 불화 판화는 불교의 생활화가 가장 발전한 티베트와 일본을 중심으로 꽃을 피웠다. 티베트는 이동이 잦은 유목민의 생활에 맞게 소형 판화가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중대형 판화를 선호했다. 하지만 불화 판화는 오히려 ‘흔하다’는 이유로 세월이 지나며 많이 사라졌다. 오늘날 귀하디귀한 명품이 된 배경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영접만다라>와 관련해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고행을 통해 깨우치기 어려우니, 법장 스님이 원을 세워, ‘죄가 많은 이여도 죽을 때 내 이름만 열 번 불러도 극락으로 인도하도록 내가 부처가 되겠다’해서 이름을 받은 게 아미타”라며 “이 그림을 보고 나무아미타불을 말하는 이와 이 그림을 보지 않고 말하는 이는 그(신앙의 간절함의) 강도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장보살만다라사진고판화박물관
지장보살만다라[사진=고판화박물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일본 에도시대의 <염불행자도> 역시 아미타 부처가 황금빛 카펫을 깔아 염불을 외는 중생을 극락으로 이끄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에도시대에 제작된 <지장보살 지옥만다라(윤회도)>도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지옥도, 아귀도, 아수라도 등이 표현됐다. 판화를 찍어 붓으로 색칠한 작품이다. 한 관장은 “(이 판화들을 보면) ‘잘 살아서 극락세계에 가야지’란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불화 판화에 담긴 고려와 백제의 불교
일본의 불화 판화는 한국과 중국 불교의 영향 위에 에도시대의 인쇄문화 발전이 더해지며 번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일본 불화 판화들도 볼 수 있다. 백제의 영향을 받은 선광사 아미타삼존불, 고려불화의 영향을 받은 대형 오백나한도, 조선불화의 영향을 받은 석가탄생도 등이다.
 
대형삼존불
대형삼존불

선광사 아미타삼존불은 백제의 성왕이 일본 선광사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최초의 불상이다. 백제 성왕이 보낸 원본 불상은 공개된 적이 없으며, 가마쿠라 시대(1192~1333)에 제작된 청동불만 7년에 한 번씩 공개될 정도로 귀하다. 일본은 선광사 아미타삼존불을 불화로 만들어 대중에 보급했다. 한 관장은 “판화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이 소장토록 했다”며 “삼국시대부터 한국의 불교미술이 일본에 전해져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오백나한도 판화 사진고판화박물관
고려오백나한도 판화 [사진=고판화박물관]

‘대형 오백나한도 목판화’는 오백나한도 불화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평가받는 일본 교토 지은원이 소장한 오백나한도를 모본으로 한다. 에도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석가탄생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볼 수 있다.
 
한 관장은 “동양문화의 큰 축 중 하나가 불교문화다. 서양문화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문화와 기독교를 알아야 하듯, 동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큰 축인 불교를 문화적으로 이해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그림으로 쉽게 표현된 불화 판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불화 오백나한도일본知恩院소장188×1214cm 사진고판화박물관
고려불화 오백나한도(일본知恩院소장(188×121.4cm) [사진=고판화박물관]
 
석가탄생도
석가탄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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