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맛보고, 만지고, 소유한다. ‘재혼황후’ 속 황후가 즐기던 화려한 마카롱과 케이크를 카페에서 맛보고, ‘외모지상주의’ 속 최애 캐릭터가 입던 트레이닝복을 직접 걸친다. ‘마루는 강쥐’는 포근한 대형 인형으로, ‘전지적 독자시점’의 주인공들은 꾸덕한 쿠키가 됐다. ‘캡처 금지’로 소유할 수 없던 웹툰 속 작화들이 화장품, 의류, 그릇, 과자, 심지어 술병 위에도 포개져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웹툰은 그간 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매체를 다변화하며 소비자들과 만났다. 웹툰 <미생>은 드라마와 영화로 탈바꿈한 데 이어 이제 뮤지컬로도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앞으로는 굿즈로 영역을 확장한다. 웹툰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을 사로잡은 데 이어 북미, 유럽 등 서구권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웹툰 굿즈도 덩달아 사랑받는 추세다.
서구권에서도 조짐이 엿보인다. 픽코마, 타파스, 태피툰 등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발판 삼아 K-웹툰이 전 세계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는 플랫폼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펭귄랜덤하우스(PRH)와 단행본 출간 계약을 통해 북미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프랑스, 독일, 태국, 대만, 러시아, 일본, 폴란드, 포르투갈 등 세계 각국에서 단행본 출간 계약을 잇달아 성사했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를 만든 디씨씨이엔티의 이용준 팀장은 “웹툰 플랫폼을 통해 북미 등지에서 팬덤을 형성한 덕분에 해외 출판 업계에 작품이 알려졌다”며 “여러 나라와 계약을 성사할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K-스토리 행사 등을 통해서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당 웹툰의 원작인 웹소설도 PRH와 단행본 계약을 위한 논의를 완료했다.
굿즈도 인기다. 이 팀장은 “올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재팬 엑스포에서 굿즈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독일에서 열린 북페어에서도 가져간 물량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도파민 뿜뿜"..고딩부터 애주가까지 전 세대의 굿즈 사랑
지난 19일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WORLD WEBTOON FESTIVAL)’의 '외모지상주'의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고교 2학년인 조민경 학생과 박정현 학생은 웹툰 '외모지상주의' 캐릭터인 김기명이 입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이들은 “웹툰 굿즈를 모으는 도파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웹툰 두세 개는 기본적으로 봐요. '외모지상주의' 캐릭터인 김기명의 생각과 관념이 좋아서 김기명 관련 굿즈들을 모으고 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진원은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우리나라 위상을 강화하고자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을 지난해부터 매년 열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26일까지 총 11일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올해 행사는 웹툰을 모바일에서 현실 공간으로 끌어냈다. 12개 웹툰 기업은 롯데월드몰의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개에 달하는 각 층에서 팝업전시를 열었다. △외모지상주의 △전지적 독자시점 △마루는 강쥐 △재혼황후 △나혼자만 레벨업 등 여러 웹툰 굿즈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웹툰의 세계관은 술과도 만났다. 와이랩은 웹툰 '신암행어사'와 전통주 큐레이션·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가 협업한 주류 '쥬신'을 선보였다. '신암행어사'의 세계관을 한 병의 고급술에 담았다.
콘진원 관계자는 "올해 팝업전시는 두 번의 주말을 포함해 총 11일간 이뤄졌다"며 "웹툰 기업들이 콘진원이 깐 판에서 두둑한 매출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3040 여성도 관심..북미, 유럽 등 진출
관계자는 "이 웹툰은 15세 이용가, 19세 이용가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된다"며 "30~40대 여성 독자들은 19세 버전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팬들은 전시장을 N차로 방문하며 올 때마다 10만원씩 썼다"며 "해외팬-특히 일본과 중국팬들은 '지금 아니면 언제 사냐'면서 한 번에 40~50만원씩 썼다"고 덧붙였다. 이 전시장이 선보인 굿즈는 3500~1만5000원 수준으로, 굿즈를 대량 구매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다만, 이번 행사 기간에는 웹툰 불법 유통을 근절하지 않을 경우, 웹툰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닥터 프로스트'를 그린 이종범 작가는 "한국은 웹툰 종주국이다. 대중매체 중 한국이 유일하게 만든 것이 웹툰"이라며 "일본과 유럽에서 우리나라로 웹툰을 배우러 유학까지 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불법 웹툰 사이트가 처음 생겼을 때 웹툰 작가들의 월급이 갑자기 반토막이 됐다"며 "관련 처벌법이 없으니, 잡혀도 다시 불법 유통을 하는 게 이득일 정도로 처벌이 약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음원을 들으면 부끄러워하듯, 불법 유통 웹툰을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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