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신간] 형언하는 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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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하는 몸
형언하는 몸


형언하는 몸=김호경, 이하림, 한송희 지음, 아침달.

같은 대학원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온 세 저자가 음악, 영화 등 각자 연구해온 분야를 기반으로 몸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몸의 영토를 확장한다. 이 책은 읽는 몸, 듣는 몸, 보는 몸, 쓰는 몸 등 4개로 나뉘어 있다. 몸을 사유하는 데 있어서 읽기, 듣기, 보기, 쓰기는 결정적인 방식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읽고, 평소 귀 기울여 듣지 못했던 말들을 듣고, 나와 다른 대상을 유심히 바라봐야만, 비로소 자신의 일부를 겨우 쓸 수 있다.
 
저자들은 다채로운 몸의 얽힘을 통해 하나의 정체성으로 고정되지 않는 자유로움을 말한다. 듣는 몸이 보는 몸이 될 수 있고, 읽는 몸이 쓰는 몸이 될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바뀌어버린 일상 리듬이나 의자를 벗어나 산책하고 다시 책상 앞에 돌아오면서 느끼는 시위 현장과 연구 현장의 차이 같은 일상이 몸의 사유와 겹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학살,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계엄까지 격변하고 반복되는 시대의 흐름은 외부에 시시때때로 영향받는 몸과 자연스럽게 유비된다.
 
“딱딱하게 의자를 닮은 몸을 이끌고 오랫동안 산책하는 밤에는 내가 공부하느라 못 본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지나가는 계절, 새로 생기고 영영 없어지는 가게와 도로,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자주 산책하는 것 같다. 소중한 것들은 대체로 유한하고 그런 것들은 또 대체로 내 의자에 앉아서는 볼 수 없다.” (41쪽)
 
“타인의 목소리에 의지를 하거나 위로를 받은 경험,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벅차오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끝내 눈물을 쏟아낸 순간, 발갛게 달아오른 눈시울을 몰래 훔치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쳐 터져버린 웃음, 기념사진을 위해 곁에 앉은 이름 모를 이와 다정히 어깨를 맞닿거나 손을 맞잡은 뒤 남겨진 온기. 그런 것들을 꿰뚫을 수 있는 마땅한 언어가 내겐 없다.” (76쪽)

 
타임머신
 

타임머신=하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새움출판사.

노벨문학상에 네 차례 노미네이트 된 SF의 선구자, 조지 웰스의 첫 장편 소설이다. 스스로 만든 기계를 타고 약 80만년 후의 미래로 향한 ‘시간 여행자’는 그곳에서 인류의 두 종족 엘로이와 몰록을 마주치고, 두 종족의 섬뜩한 관계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두 종족의 모습은 당시 영국 산업사회의 계급 불평등과 문명의 불안한 미래를 반영하며, 당시 사회 구조와 미래에 도래할 인간 진화의 방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웰스는 19세기 영국 산업사회의 계급 불평등과 인류의 운명을 성찰하며,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다. 과학이 열어줄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인류는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책 속에서 끊임없이 물었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은 “H. G.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런던의 메트로폴리탄 철도라든가, 새로 생겨나는 전기 철도들, 지하철, 지하 작업실과 식당들이 그러하며,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소. 분명히 이런 경향은 심화되어, 산업은 하늘 아래 누리던 본래의 권리를 서서히 잃게 되었던 것이오. 산업은 점점 더 깊고 더 거대한 지하 공장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결국!- 지금 이순간에도, 이스트엔드의 노동자들은 지구의 자연 표면과 사실상 단절된 인공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소?"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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