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 시행되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의 과태료 계도기간을 최소 1년으로 설정하되, 국제 동향과 국내 합의를 반영해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17일 서울 시청역 상연재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계도기간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규제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3년 유예 주장이 있으나, 배경훈 장관도 최소 1년 이상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를 기준점으로 국제적 규제 수준과 상황, 강도를 살펴가며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본법은 내년부터 최초 시행되는 인공지능 전담 입법으로, 안전성·신뢰성 확보와 산업 혁신을 함께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법 적용 이전에 기업과 기관들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계도를 두는 방안이 논란이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소 3년 유예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정부는 국제 규제 동향을 참고하되 최소 1년의 적응기간은 보장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그는 “AI 기본법은 규제 그 자체보다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초기에는 제도의 방향성을 이해시키고 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혹은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 시민사회,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논의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AI 기업을 겨냥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도 언급됐다. 심지섭 인공지능기반정책과 사무관은 “국내 법인이 있는 경우 해당 법인이 대리인이 되고, 없는 경우 법무법인 지정도 가능하다”며 “오픈AI, 구글 제미나이 등 국내에서 일정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들도 지정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확보와 관련해, 정부는 고영향 AI와 고용량 AI를 구분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고영향AI는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하며, 에너지 공급, 보건의료, 원자력, 교통, 교육 등 사회 핵심 영역이 대표적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기능 중요도, 시스템 신뢰성, 오작동 시 잠재적 위험성 등 구체적인 판단 요소가 담겼다. 예컨대 전력망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자율형 송전 시스템은 고영향AI에 해당하는 사례로 제시됐다.
안전성 기준으로 제시된 10의 26승 이상 연산 성능을 갖춘 모델은 현재 상용화된 사례가 없으며,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 설정은 유럽연합(EU)와 미국 사례를 참고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딥페이크 대응책으로 마련된 ‘출처 표시 의무’엔 비가시적 워터마크를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심 사무관은 “모든 생성물에 눈에 띄는 표시를 강제하면 창작·콘텐츠 산업을 저해할 수 있어, 해외 사례처럼 기계 판독방식도 인정한다”면서도 “사실과 구분이 어려운 콘텐츠 등 위험성 높은 영역은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시적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고영향 AI를 우선 규제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다.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영향 AI는 안전성과 신뢰 확보가 중요한 만큼, 책임 있는 사용을 유도하면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딥페이크 대응 역시 중점 과제로 꼽혔다. 심 사무관은 “딥페이크는 사회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워터마크 등 출처 표기 의무를 법에 담았다”면서 “국내 합의뿐 아니라 국제 수준에서도 이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합의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반영돼 고정적인 규제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계도기간 논의를 시작으로 AI 기본법이 혁신과 규제를 균형 있게 담보할 수 있도록 국내외 합의 형성, 추가 제도 마련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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