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
최근 미국의 높은 수입 관세정책은 수많은 국가의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는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과기회법'(African Growth and Opportunities Act, AGOA)으로 지난 25년 동안 무관세 원칙을 유지해왔으나 이 법은 금년 9월 종료된다. 미국이 철강, 자동차 특히 전기차(EV), 반도체, 청정에너지 부문에 관세를 인상하여 한국은 대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는 낮은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있으나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및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및 다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변화에 따른 세계 경제 질서의 재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자.
미국의 아프리카 경제협력
미국이 2000년 발효한 ‘아프리카성장과기회법(AGOA)’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무역증대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주된 목적을 두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6,400개 이상의 제품에 대해 미국 시장 무관세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AGOA는 2015년에 10년 연장되어 2025년 9월 기한이 만료된다. 아프리카 전체의 대미 수출 규모는 2015년 256억 달러에서, 2024년 396억 달러로 증가했다. AGOA 초기 아프리카 대미 수출의 대부분은 석유 및 자원이 차지했지만, 차츰 의류, 차량, 농산물, 공산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었다. 외국 기업들은 AGOA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 직접 투자를 늘려 왔다. 그러나, AGOA의 혜택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정되어 왔다.
2025년 9월 AGOA 기한이 만료되면, 아프리카 국가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기존의 AGOA를 조건 없이 기한 연장하는 것이다. AGOA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케냐, 레소토, 에스와티니,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기한 연장을 적극적으로 선호할 것이다. 석유 등 자원 수출을 유지해 온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기한 연장을 바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AGOA를 일정 기간 연장하되 조항의 일부 수정 또는 여러 조건을 추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AGOA 혜택을 약화하는 조항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상품 및 서비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상호주의 원칙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AfCFTA 또는 지역 경제통합기구와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조항에 거버넌스, 인권, 노동 기준, 환경 보호 등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환경 및 환경 보호 노력이 부족하여, 협상 조건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려울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AGOA를 종료하고, 아프리카 국가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FTA 협상은 AGOA보다 복잡할 것이며, 서비스, 지식 재산권, 투자 등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포함된다면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협상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의 개별 FTA 협상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국가 수가 많고 국가별 경제나 인구 규모가 적은 국가가 다수 있어 협상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점진적이고 선택적인 방법으로 FTA 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은 다자협상으로 AfCFTA 또는 지역별 경제통합기구인 SADC, ECOWAS, EAC 등 여러 기구와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AGOA 기한 만료로 지동 소멸시키는 것이다. 이는 AGOA로 경제적 혜택을 누린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미 수출감소, 일자리 감소, 외환 수입 감소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아프리카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과 대상이 되어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등 타지역 제품과 경쟁하게 된다. 이 경우 AGOA 혜택을 기대하고 아프리카에 직접 투자했던 외국기업의 철수나 이전으로 이어지면서 자본 유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경제협력 전략
미국의 AGOA 사후 정책 방향에 의해 아프리카 경제의 파급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다수의 한국기업들은 AGOA 혜택을 받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왔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의 인건비는 대략 아시아 신흥 공업국인 베트남과 비교하면 33%에 불과해, 해외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된 것이다.
미국의 AGOA 사후 정책과 관련 없이,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직접투자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 한국 기업은 아프리카의 경공업 및 조립 공업을 위한 특수 경제구역(SEZ)을 조성하여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및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협력하여 “K-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센터를 통해 인적자원개발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로 50개국의 역내 무관세이며, 아프리카 파트너와 함께 수출가공지역(EPZ) 개발을 통해 경공업인 섬유, 전자제품 조립, 소비재 생산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가 동아프리카에 조립 공장을 설립하여 아프리카 및 중동 시장에 낮은 가격의 자동차를 공급할 수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산업 파트너십을 위해‘공동경제특구’를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 광물 및 희토류와 같은 핵심 소재에 대한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탄자니아, 나미비아 등과 채굴 및 현지 가공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희토류 공급을 다변화하여 공급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 공동 투자 제도 마련과 가치 창출을 위한 기술 발전을 포함하는 "한국-아프리카 핵심 광물 파트너십"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인구 중 약 6억명은 아직도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널리 퍼져서 주거하므로 전력 송배전에 많이 비용이 필요하다. 이 경우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은 송배전 설치 비용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재생에너지 분야이며, 여기에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녹색 기술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미터, 에너지 저장 솔루션 등이 이용될 수 있다.
아프리카는 2024년 약 7,100만톤의 곡물을 수입했으며, 금액으로 274억 달러에 이른다. 풍부한 농업 분야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술과 자본이 모자라서 식량안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정밀 농업, 드론, 센서, 관개 기술 도입하여 아프리카 내수 및 수출 시장을 위한 식품 가공 합작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 물류 및 콜드체인 투자를 통하여 아프리카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 탄자니아 등 여러 국가와 협력하여 한국 농기계를 활용한 쌀 및 옥수수 가공 센터 개발할 수 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를 잇는 중요한 물류 거점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전체 인프라 투자금액은 연평균 70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아프리카의 인프라 진출 대상 분야는 항만, 항공, 물류, 스마트 교통, 철도, 상하수도, 디지털 인프라(데이터 센터, 통신 타워 등), ITS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교통 및 물류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하다.
한국은 다자간 무역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산업 국가로써 세계 경제 질서가 변화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무역 및 투자 활성화 등 다변화된 경제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대아프리카 정책의 결과가 어떤 결론이 나오든, 아프리카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의 핵심 지역으로, 무역 및 직접투자, 기술 협력, 친환경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이 절실한 대륙이다.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 파트너십 강화를 통하여 아프리카 국가들이 추구하는 경제성장에 파트너로 참여하여 한국경제의 다변화 및 다각화에 힘쓸 시기이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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