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리아밸류업 ETF 12개 상품의 합산 운용자산(AUM)은 올해 들어 8113억원으로 출범 당시 4961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지수 자체도 올해 들어 35% 이상 상승했지만 ETF 거래량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밸류업 ETF 가운데 AUM이 가장 큰 'KODEX 코리아밸류업'은 상장 당시 하루 평균 거래량이 857만9580주였으나 최근 8만4117주로 99.02% 급감했다. 'HANARO 코리아밸류업은 하루 거래량이 1239주에 불과했다. 액티브형 상품도 부진하다.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와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최근 60일 평균 거래량이 5000주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초기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 수혜를 기대하며 ETF에 몰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안정적인 고배당·지주사 ETF로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리아밸류업 ETF는 상장 당시 정부 정책 모멘텀 덕분에 높은 거래대금을 기록했지만 이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상품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면서 거래대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밸류업 ETF의 거래 부진은 단순한 시장 관심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원활한 매매가 이루어져야 '지수 편입→주가 상승→주주환원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만 거래가 끊기면서 기업들의 밸류업 정책 추진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도 감소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62개 기업이 공시를 제출했지만 최근 한 달 신규 공시는 영원무역, HS애드, GS, 영원무역홀딩스 4곳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 자체가 전임 정부 브랜드로 인식돼 현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직접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ETF를 통한 정책 효과가 실제 기업 밸류업으로 이어지려면 투자자들의 활발한 매매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흐름으로는 선순환 구조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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