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 본격적인 기술 검증 경쟁에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화폐가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관련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지난 22일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활용성을 살펴보고 민간 수요에 대응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분과'를 신설했다. 민간 기업들이 주체가 돼 실증사업, 기술 표준화 등을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별 금융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핀테크 보안업체 아톤,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와 3자 간 업무협약(MOU)를 맺고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STO)을 연계한 융합 사업모델 검증에 나선다. K-콘텐츠 실물자산 기반 STO와 결제·정산용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해 노래 저작권 주식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구매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 개인·법인 고객은 환율 리스크 없이 실시간으로 결제·정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에서는 원화 코인 수요처를 창출함과 동시에 K-콘텐츠의 금융 상품화와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사 배달앱 '땡겨요'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결제 기능을 넘어 리워드 지급, 가맹점 정산 등 다양한 방식이 실험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실제로 코인을 사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가맹점에는 빠르고 저렴한 정산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신한은 지난 4월엔 스테이블코인에 기반한 한-일 해외송금 실증 실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원화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 송금을 실험한 사례는 처음이다. 기존 해외송금 대비 △비용 절감 △처리 시간 단축 △결제 안정성 확보 가능성 등 제도적·기술적 과제들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도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 선점을 위한 경쟁의 시작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술 검증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현만 토스인사이트 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국내 시장참가자들은 코인 산업 가치사슬 내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식별하고 육성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등 기존 금융시스템 참가자들은 기존 비즈니스 영역에서 효율화 기회를 발굴하고 이미 구축한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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