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외교전문가 "돌발상황 없는게 성과"...140분 정상회담 '선방' 평가

  • 불안한 출발에도 '화기애애' 마무리…트럼프 관심사 적중

  • 공동선언문 발표 부재…'불확실성' 해소는 후속 과제 남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외교전문가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한 채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2시간 20분간의 회담에 대해 종합적으로 ‘선방’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핵심 변수로 ‘돌발 상황’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협상 스타일과 회담 준비 과정 전반에서 관측된 불확실성 탓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예정된 일본 방문을 생략하고 정상회담 최종 점검을 위해 곧장 미국으로 향해 의문을 키웠다. 또 이 대통령이 미국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외부 호텔에 머물게 되면서 ‘홀대론’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정상회담에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불안감은 회담 30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시지로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X를(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파행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긴장감 속 진행된 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로 마무리되면서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첫 한·미 회담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회담이 무난히 진행된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의제가 적절히 다뤄진 점을 꼽았다.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문제를 의제로 제시한 것이 ‘유효타’였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점을 강조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공감을 표하면서 회담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 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안한 상황으로 시작했던 회담이 돌발 상황 없이 끝났다는 것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며 “회담에서 부정적인 내용도 공식 언급되지 않았기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했던 다른 정상들 또한 '노 딜'이었기에 손해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번 회담으로 정상 간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의제 발굴이라는 성과도 거뒀다”면서 “동맹 현대화, 대미 투자 등 양국의 이견이 큰 부분이 있으나 조율을 거쳐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잘 마무리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을’의 입장에서 회담에 임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위축돼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했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발언에 대해 “우리는 주권국가이고, 특히 남북문제는 우리가 당사자”라면서 “이 대통령이 끊임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하는 모습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동선언문 발표가 없어 양국이 이견을 보였던 동맹의 현대화,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의 문제에 불확실성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도 우려로 지적됐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공동선언문의 부재에 대해 “언제든 미국이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이 남아있어, 회담의 후속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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